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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우리말 파괴 심각 ‘씁쓸한 한글날’
청소년 자살 예방 교육부 포스터 보니 ‘다 들어줄 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광주 서구 캠페인 보니 ‘음쓰? 읍쓰!’
정부·지자체가 훼손 주범

2018. 10.09. 00:00:00


제572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을 지키고 올바르게 앞장서야 할 정부기관과 자치단체들이 각종 홍보물에 변형·왜곡된 한글을 사용하는 등 한글 훼손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방송 등을 타고 비속어와 은어 사용을 당연시 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하면 되레 구시대적인 사람으로 취급을 받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8일 교육부와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학생자살 예방정책으로 청소년의 생활문화와 발달특성에 맞는 청소년 SNS 상담시스템인 “다 들어줄 개”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만 19세 미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해당 포스터를 배포했다.
포스터에는 귀여운 개 캐릭터와 함께 상단에 ‘너의 이야기를 “다 줄어줄 개”’라는 제목을 넣은 뒤 하단에도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식 리허설에서 한글을 목숨처럼 지켜낸 외솔 최현배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뮤지컬 ‘외솔’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527돌 한글날 경축식은 9일 오전 10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다. 경축식의 실외 개최는 한글날이 국경일로 격상된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

‘고민을 날려줄 개!’, ‘눈물을 닦아줄 개!’, ‘친구가 되어줄 개!’ 등의 문구를 배치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따져보면 ‘줄 개’가 아닌 ‘줄게’가 맞지만,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개 캐릭터를 넣고 마지막 글자 ‘게’를 ‘개’로 바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문효찬(51·광주시 서구 쌍촌동)씨는 “아직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잘못된 맞춤법을 배울까 우려된다”면서 “아무리 흥미를 끌기 위한 것이라도, 다른 기관도 아닌 교육부에서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담당한 교육부 최종찬 연구사는 “한글 파괴 소리도 주위에서 나왔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학생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캐릭터로 개를 선정하고 제목도 그렇게 지었다”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한달 7000여건의 상담이 들어오는 등 관심 좋은 만큼 순기능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자치단체에서도 홍보 등을 이유로 부적절한 한글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광주시 서구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30% 줄이기인 운동인 ‘음쓰?읍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구는 SNS 인증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정책을 홍보하겠다며 프로그램 이름을 ‘음쓰?읍쓰!’로 지었다고 한다. ‘음쓰’는 음식물 쓰레기의 줄임말이고, ‘읍쓰’는 없다를 재밌게 표현한 것이라는 게 서구청의 설명이다. 이를 바른말로 다시 쓰면 ‘음식물 쓰레기? 없어!’ 정도의 표현이 된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상에서는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글을 파괴한 일명 급식체(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쓰는 말)가 유행하고 있다.
한 예로 ‘명’의 경우 ‘ㅁ’을 ‘ㄸ’으로 으로 바꿔 띵작(명작), 띵곡(명곡)으로 쓰고 있다. ‘명’자를 멀리서 보면 ‘띵’자로 보인다는 게 변형의 이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다소 선정적인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게시할 경우 상대방을 배려해 제목 앞에 ‘ㅎㅂ’이라는 초성을 붙이고 있다. ‘ㅎㅂ ’ 은 ‘후방주의’를 뜻한다.
손희하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은어 등을 사용하는 것은 과거부터 있었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자기 또래의 일부가 아닌 인터넷과 방송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확산하고, 단어를 너무 심각한 수준으로 줄이는 바람에 뜻조차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 등이 나와 한글파괴 등 우려되는 부문이 많다”고 말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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