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등학생들에게
2018년 09월 18일(화) 00:00

[이효빈 동신대 디지털콘텐츠학과]

올해로 스무살. 나는 현재 대학교 1학년이다. 바로 1년 전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었다. 그 3년 간의 내 고등학교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고등학교는 입학하자마자 중학교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는 걸 느꼈다. 아침 8시까지 등교해서 밤 10시에 끝나고, 기숙사에 가면 다시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했다. 그야말로 쳇바퀴 도는 답답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2학년 때는 정말 힘들었다. 밤늦게까지 하는 수업과 자습, 나에게 쓸 수 있는 시간들을 모두 포기하고 그저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게 정말 힘들고 괴로웠다. 주말에도 학교에 가거나 기숙사에서 자습을 해야 했다. 정해진 틀에서 움직이며, 나를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다 보니 신경질과 짜증이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풀 길은 밀가루 음식을 먹는 것 말곤 없었다.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조울증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부모님과 다소 마찰이 있었지만 결국 기숙사를 나왔다. 공부는 둘째 치고 내 자신이 더 이상 견뎌내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숙사를 나오자 그나마 조금일지라도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주말엔 시간이 남아 스스로 복습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동안 못했던 취미생활도 틈틈이 했다. 그야말로 숨통이 트인 기분이었다. 신경질과 짜증이 줄자, 점차 내가 행복해지고 더불어 주변도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부에 전념할 시기에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수험생의 시계는 더디면서도 빨랐다. 어느 새 가을 수시 모집 시기가 된데다 다른 친구들이 원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그제서야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학과 선택조차 정하지 못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사실 그 전부터 어렴풋하게 하고 싶었던 것들은 있었지만 말로 내뱉지는 못했다. 입 밖으로 내보낸 순간, 나 혼자가 아닌 모두의 평가를 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거긴 너한텐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좀 더 편한 일 두고 왜 그런 걸 하려고 해”와 같이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건 늘 불편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이후 누군가를 평가하는 걸 한층 조심하게 됐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내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는 나만이 아닌, 상당수 누군가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형인지, 과거형인지, 미래형인지, 시제의 차이만 있을 뿐.

‘나만 이러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행여 자신의 약점이 될지 몰라 누구에게도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았던 경험자로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꼭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대학에 진학한 후 적성에 맞지 않으면 그때 관둬도 좋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3년은 나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했던 시기였다. 그만큼 나에 대해 잘 알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힘들겠지만 모두들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만은 분명한 것 같다. 노력과 인내의 끝엔 반드시 그에 대한 보상이 있다는 것이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