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Ⅳ] <6>북경-신호윤
여기서도 저기서도 내쫓기는 신세…길들여지면 안돼
2018년 07월 05일(목) 00:00

젠트리피케이션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북경 798 지구.

광주의 호윤에게라는 타이틀로 편지를 써. 사실, 광주의 동료 작가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었는데, 딱히 누구를 수신인으로 할 지 막연해 그냥 ‘나’에게 글을 쓰기로 했어. 이 편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견뎌내며 작업활동에 몰두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글이기도 해.

안녕! 호윤.

나는 또 다시 북경이네. 그래, 북경.

여기에 오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참 편한 것 같아. 그곳에서 복잡한 관계와 원하지 않지만 해야하는 일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너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여기에서 나는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일년만에 얻은 귀한 시간이지. 나는 나에게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해.

아티스트들의 보루 798 예술 지구.
버스를 타고 798로 나선다. 알다시피, 여기는 아직 버스 안내원이 있잖어. 저 안내원은 아마도 새내기인 것 같아.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인턴. 그의 얼굴과 몸짓에서 드러나는, 이제 막 북경에 올라온 저 어디 작은 도시의 청년같은 매우 긴장된 표정과 하나라도 더 열심히 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속에서 처음 북경에 왔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가 원하는 미래의 삶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기를. 나 역시 그러하기를 바래본다.

예술가의 삶은 국적을 불문하고 험난한 것 같아. 중국에서 그것은 더욱 절실히 체감하게 되지. 최근 나의 북경 작업실은 당분간 사용금지 처분을 받게 되었어.

물론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기의 힘없는 예술가들이 현재 그러하지. 소방법을 근거로 하고 있으나, 이것말고도 예술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다양한 방법으로 계획되고 실행되지. 소방시 설확인이 끝나면 사용가능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일주일이 될 지 1달이 될 지는 아무도 몰라.

꿈을 위해 북경에 온 것같은 버스안내원에게서는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실은 작년 한해 1원 한푼 못 받고 이사를 두번이나 해야만 했어. 재개발을 이유로 작업실이 철거당했거든. 이런 방식으로 10만에 가까운 북경의 예술가가 작업실을 잃었고 3곳의 예술촌이 사라졌어. 그리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지.

이게 중국의 현실이야.

권력에 친화적인 예술과 그렇지 않은 예술을 가르고 당근과 채찍을 주며 예술을 조정하려고 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우리도 경험했었잖아. 그래, 블랙리스트. 우리와 다른 게 있다면, 여기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게 길들어져 버린 것이겠지. 그래서, 광주의 호윤아, 길들여지면 안돼.

버스가 오늘의 일정인 798예술구에 도착했어. 이제는 많이 변해 카페나 아트샵이 많이 생겼어. 아마도, 임대료의 가파른 상승 때문에 작은 화랑이나 작업실들은 버틸 수가 없었겠지. 여기도 저기도 젠트리피케이션이네. 무슨 트렌드도 아니고 얼마나 좋은 것이라고 이렇듯 전 지구적으로 유행하는건지.

폐쇠된 북경 작업실.
2007년,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깨어났을 때, 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었어. 그때의 나는 마흔 정도까지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어. 그래서 그전에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실행했었지. 그 중에 하나가 외국에서 ‘개인전 하기’였어. 그리고 2012년 처음 북경에 왔을 때, 798을 돌아다니며 여기 어디에선가 개인전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 그리고, 드디어 올 9월 그 작은 꿈이 이루어진다.

이미 나는 마흔을 훌쩍 지났고, 버킷리스트의 목표도 달성했어.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약간 목표를 잃은 배처럼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의 전시는 나에게 어떤 이정표 같은 느낌이야. 이제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인 것 같아.

북경이고 어디고, 앞에 언급한 것처럼 예술가의 삶은 버겁고 힘든 것같아. 그 힘든 삶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해 나가는 게 우리의 운명일 거야.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자.

※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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