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한테 미안해 출산휴가 3개월 쓰기도 눈치 보여요”
2018년 06월 05일(화) 00:00
인력충원 없어 업무 부담 가중 … 육아휴직 언감생심
‘남성 육아휴직’ 늘었지만 일반 기업은 그림의 떡
출산·육아휴직자 인사 불이익 논란 … 개선 목소리
사회생활 18년, 결혼생활 13년차 워킹맘 A씨.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고 엄마가 신경 쓸 일도 크게 줄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의 이직활동으로 두 곳의 회사를 다닌 18년 동안 A씨의 휴직 기간은 단 6개월이었다. 첫째 아이 출산 휴가 3개월, 둘째 아이 출산휴가 3개월이 전부였다.

12년 전 첫 번째 출산 휴가를 냈을 때, 당시 회사내 유일한 기혼여성이었다. 앞서 여자선배가 있었지만 임신 막달에 회사를 떠났다. 미혼인 여자 후배 두 명이 있던 상황, 선례를 남기고 싶어 A씨는 근로 기준법상의 출산 휴가 3개월을 당당하게 쓰고 돌아왔다. 하지만 육아휴직까지 낼 자신은 없었다.

2년 후 둘째를 임신하고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앞선 휴가 때 자신의 부재로 인해 동료들의 업무가 늘어 힘들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충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 일손이 빠져나가는데 대한 동료들의 불만은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본인 탓은 아니지만 본인 때문인 것 같아 두 번째 출산휴가는 동료들의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었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직장도 옮겼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는 A씨. 곧 출산휴가에 들어갈 후배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동료들은 인력충원이 되지 않을 게 뻔한 3개월을 어떻게 버틸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출산을 축하하고 휴가를 보내 주는 게 당연한 줄 알면서도 당장 자신 앞에 떨어질 추가 업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겠죠. 나름 ‘선배 맘’이지만 후배에게 딱히 해줄 말이 없더군요. 육아휴직은 차마 권유하지 못했어요. 스스로 잘 판단해서 선택하겠죠. 그저 잘 쉬고 돌아오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있는게 없네요.”

최근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수년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내 게시판에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시기에 업무평가 최하점을 받았다는 직원들의 항의가 연이어 올라왔다.

논란이 일고 있는 회사는 업무평가 점수에 따라 급여를 차등 제공하는 성과연봉제를 운영 중이다 보니 업무평가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사내 분위기는 성과연봉제 폐지와 휴직자에 대한 업무평가 기준을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근무환경 사례도 있다. B씨가 근무중인 광주 상무지구의 사무실. 아웃소싱 업체인 이곳은 직원 30여명이 모두 여성이다. 그래서인지 육아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하려는 분위기다.

“기혼과 미혼의 비율은 6대 4 정도에요. 일단 결혼을 하면 출산은 필수라고 보는 편이죠. 바쁜 시기라도 눈치를 주거나 하지 않아요. 회사에㉫?도 인원이 빠듯할 때는 충원을 해주고 있구요. 전반적으로 산전 후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까지 기본으로 다 쓴다는게 흐름이에요. 육아휴직은 2년까지도 가능하지만 나머지 1년은 무급이다보니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쉬운 점은 독박육아로 인해 육아휴직이 끝나고 돌아오지 않는 직원들도 많다는 거지요.”

남성 육아휴직과 육아휴직 등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기업 중심일 뿐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의 덫’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1월 전국 만 20~49세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육아휴직 사용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은 재정적 어려움(31%)과 직장 동료 및 상사들의 눈치(19.5%)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여성은 경력 단절로 인한 경쟁력 저하(33.5%)와 퇴사 위험이 높아지는 것(19%)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10명 중 4명 이상은 육아휴직 후 복직에 대해 고민했으며, 여성의 경우 5명중 1명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이유 등으로 육아휴직 후 복직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육아휴직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인 정규직과 공무원을 위주로 조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직장 여성들의 육아휴직의 길은 여전히 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조사에 참여했던 육아휴직 경험 직장인들이 이야기하는 육아휴직 제도의 일순위 희망은 ‘지금보다 더 오래 더 자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희망하는 육아휴직은 24개월로 2~3회 분할 가능, 육아휴직 기간 급여는 200만원이었다.

실제 자녀가 0~1세 때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가 74.5%로 가장 많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육아휴직을 추가로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81%로 많았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