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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광주 시장 누가 되어야 하나

2018. 02.09. 00:00:00

고대 중국에 자산(子産)이란 사람이 있었다. 춘추시대 정(鄭) 나라의 재상(宰相)을 지내며 개혁 정치의 물꼬를 튼 이다. 정치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에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너그러움이고, 하나는 엄격함이다. 덕망이 높고 큰 사람만이 관대한 정치로 백성들을 따르게 할 수 있다.”
그는 정치를 물과 불에 비유하기도 했다. “불이 활활 타오르면 백성들은 겁을 먹는다. 물은 성질이 부드럽기 때문에 백성들이 겁을 내지 않는다. 관대한 통치술이란 물과 같아 효과를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엄격한 정치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자산은 너그러움(온건)과 엄격함(강경)을 적절히 구사하며 깨끗한 정치를 했다. 훗날 궁정의 쿠데타가 일어나 그를 죽이려 하자 누군가 나서더니, ‘자산은 어진 사람으로 자산 없는 정나라는 존재 가치가 없다’면서 말릴 정도였다고 한다.
과연 그러했으니, 자산은 자신의 수레를 보내 백성들이 개울을 건널 수 있도록 해 줄 만큼 자상한 사람이었다. 공자(孔子)가 ‘논어’(論語)에서 ‘자산은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이라고 칭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은 사안을 놓고 맹자의 시각은 달랐다.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編)에 그의 일화가 전해진다. 자산이 길을 가다가 개울을 건너게 됐는데 물이 매우 차가운데도 다리가 없어, 백성들이 맨발로 바지를 걷은 채 건너고 있었다. 이에 자산은 자신의 수레로 백성들을 한 명씩 건널 수 있게 해 주었다.

개울에 다리를 놓아 주듯이

그러나 이 소문을 들은 맹자는 별로 마뜩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산은 은혜로운 사람이기는 하지만 정치를 하는 도리는 알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마다 건건이 자신의 수레로 건너게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위정자가 매 사람마다 기쁘게 해 주려 한다면 매일매일 그 일만 하여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맹자는 관용(官用) 수레로 일부 백성의 편리를 봐주는 것은 정치가가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는 한가로이 수레로 개울을 건네주고 있을 시간에 관청에 들어가 예산을 확보하고, 관리들을 독려해 다리를 놓을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 자산에 관한 이런 글을 보면서, 누가 되든 광주 시장도 그러해야 하리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일자리 창출만 해도 그렇다. 시장이 한 사람 한 사람 실업자들을 불러 자신이 아는 기업에 취직을 시켜 준다면, 참으로 어진 시장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든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은 임기가 4년 아니라 10년이라 해도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개울을 건너야 할 사람들을 위해서 다리를 놓아 주듯이, 실업난 해소를 위해서는 이 지역에 보다 많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 아니겠는가. 또한 그런 일을 열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시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최근에는 광주로 오겠다는 기업이 많아져 우리를 기쁘게 한다.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중에는 ‘누가 광주 시장이 되어야 하나?’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스펙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광주의 정체성을 말한다. 정당이야 어차피 민주당 집안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래서 어떤 사람은 또 인물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인물론처럼 허망한 것도 없다.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인물’이라 함은 학력이나 경력, 그러니까 ‘스펙’(spec)과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요즘 공공기관 등에서 프로필을 다 가린 채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일단 채용 비리 예방을 위해서이겠지만, ‘스펙’이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 해서 또는 장·차관을 지냈다 해서 응당 ‘인물’이라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위험하다.
한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그가 지향해 온 삶의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출세 지향의 기회주의적 삶을 살아 온 이에게 광주를 맡길 수는 없다. 창조적인 발상을 기대할 수 없는, 관료주의에 젖은 이에게 광주를 맡겨서도 안 된다.

고민 말고 딱 두 가지만 보자

광주의 정체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흔히 광주를 ‘민주·인권의 도시’라고 말한다. 이러한 광주의 정체성 혹은 이미지에 부합하는 이가 광주 시장이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광주 시장의 조건으로 시대정신을 이야기하고, 그래도 시민운동가 출신이 낫겠다고들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어도 광주 시장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5·18 당시 어디에 있었으며 무엇을 했는지, 하늘을 우러러 큰 부끄러움은 없는 자여야 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광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지긋지긋한 낙후에서 벗어나, 우리 후손들에게 ‘잘사는 광주’를 물려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시 얘기가 앞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 줄 수 있는 인물이 광주 시정을 맡는 게 당연하다.
일자리 창출은 이 시대 최고의 화두다. 차트에 온갖 통계 수치를 써 넣고, 업무 보고에만 신경 쓰는 탁상용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다. 물론 예전엔 그럴싸한 차트를 만들어 청산유수로 보고만 잘하는 공무원들이 출세하던 시절도 있었다.
과연 차트 만드는 것은 과거 군인들이나 관료들이 잘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왜 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했겠는가.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성과를r 내야 한다. 청년들이 다시는 ‘헬조선’을 외치지 않도록, 그렇게 할 수 있는 자가 시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광주 시장으로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 자명해졌다. ‘오늘의 광주’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가, ‘내일의 광주’를 위해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는가? 광주 시장의 필수 조건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 딱 두 가지만 살펴보자. 그 하나, 지나 온 삶의 행로에서 크게 부끄러움이 없는 ‘광주 정신’의 소유자인가 아닌가. 그 둘, 보다 많은 기업을 광주에 유치해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열정과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이 두 가지 조건에 맞는 인물,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는 누가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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