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도 정치 참여 ‘기회’를 주세요
2017년 12월 26일(화) 00:00

[전경훈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3년]

“넌 안돼 못할 거야.”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주·전남 최초로 광주시청 잔디숲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 당시 하루에도 몇 번 씩 기성세대들에게 듣던 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호남권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았을 때, 학생회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시청에 제안하자 공무원을 비롯한 지역사회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대학생의 패기로만 생각했다.

어른들의 연륜에서 나오는 경험과 판단이 틀리지 않을 거란 생각에 소녀상 건립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청년들이 소녀상을 건립할 수 있도록 재능 기부와 모금 운동을 해준 덕분에 한 달 남짓한 기간 만에 1300여 명의 도움으로 무사히 건립할 수 있었다.

이는 금전적으로든, 다른 정치적인 이유에서든 힘들 거라는 기성 세대의 판단이 틀렸던 것이다.

우리 청년들이 그렇다.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실업난으로 무엇을 하기에도 힘든 시대에 살고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는 게 현재의 청년들이다. 올바른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청년들의 힘으로 세워진 소녀상 이외에도 알 수 있는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벌어진 박근혜 퇴진 운동이었다.

청년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분노하여 광화문 광장, 금남로 등 자신의 지역 촛불 집회 장소에 모여 힘을 합친 덕분에 지난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었다.

촛불 혁명으로 새로운 정권이 열린 만큼 지역에서도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의 리더가 정치를 하면 기존의 세대와 다른 신선한 새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바람이 우리 지역 사회에도 불어 내년 지방선거에 세대교체를 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현재 광주시 제 7대 의회에는 시의회를 비롯한 5개 자치구 의회에 20∼30대 광역의원, 기초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1대 기초의회에서 20∼30대 의원이 3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호남 정치 1번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젊은 정치인 육성에는 매우 소홀히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임기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7대 구의원 가운데 12명은 구정 질문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고, 5분 질의 역시 20명의 구의원이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 재선 이상의 다선 의원들이었다.

지역 청년들은 이러한 불성실한 의정 활동에 분노하여 기득권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정치를 하고 싶어도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조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을 제외하고는 후원회를 둘 수 없기에 자본력과 조직력이 강한 기득권 세력과 공정한 경쟁을 치르기가 쉽지 않다. 경선 과정과 서류 접수 과정에서도 큰 금액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은 선거 출마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지방 분권 개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 다음 선거에도 현재의 평균 50세의 기초의원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면 각 계층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대변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청년 가산점이라는 선심성 혜택이 아닌 청년 할당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청년이라 잘할 것이다’, ‘신선할 것이다’와는 별개의 의미로, 청년의 인구와 비례한 의원이 그만큼 있어야 각 계층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표방하는 ‘청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다’라는 말이 이루어지려면 선거법 개정과 함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출마를 주저하는 미래의 정치세대들에게 장벽을 낮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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