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 상인이다
2017년 12월 12일(화) 00:00

[서재한 목포 청춘항 청년상인]

주변 어르신들이 지나가며 꼭 한마디씩 던지고 가신다. “아따, 젊어서 좋네!” 맞다. 나는 청년 상인이다.

어릴 때 나는 마냥 착한 아이였던 것 같다.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정해져 있는 보이지 않는 ‘룰’을 어기지 않으며 ‘그냥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른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실천하며 살았는데, 정작 견문은 더 좁아지고 있었다. 직접 부딪히고 경험해보는 일은 적었다. 성인이 되고서도 나이도 조금 더 들어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그때부터 ‘경험’이라는 것에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직접 경험하는 것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 모두 소중하고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라 믿었다. 닥치는 대로 다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 나섰다. 우리가 말하는 ‘힘든 일’이라는 것도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배달도 해봤고 막노동도 뛰었다. 나중엔 뱃일까지 해보게 됐다.

뱃일을 하면서 웬만해서 붓는 일이 없던 내 손목이 자주 부어 올랐다. 힘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그랬다. 손에 쥐는 일을 많이 하면서 나중엔 맨주먹을 쥐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힘이 빠졌기도 했으나, 바닷물과 바람에 손이 퉁퉁 부어서 더 그랬다.

겨울 바다가 내뿜는 한기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렵다. 워낙 차고 강하게 몰아치는 탓에 매번 흐르는 콧물을 닦기조차 버겁다. 장갑을 낀 채 코를 닦으면 바닷물이 묻어서 코밑이 다 헐어버리기 일쑤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초코파이도 하루에 3개씩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사람들이 제일 힘들다고 말하는 뱃일마저 하고 나니 세상 모든 일들과 비교가 됐다. 그 이후로는 뭘 해도 ‘그래 뱃일보단 낫지’ 하며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됐다. 거북이처럼 묵묵히 뭐든 열심히 해가면서도 ‘또 어떤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라고 안주하던 찰나에 전남도의 ‘푸른돌 청년상인 육성사업’을 만나게 됐다.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창업에 도전했다. 메뉴 개발부터 점포 공사까지 모두 직접 다 했다. 그동안 경험들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더해지니 못할 수가 없었다.

창업 아이템은 술안주로 빼놓을 수 없는 ‘닭발’이다. 어느 날 닭발을 시켜먹었는데 배가 아팠다. 그 이유가 궁금해 알아보니 매운맛을 내기 위해 조리과정에서 캡사이신을 많이 첨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캡사이신을 쓰지 않고 충분히 맛있게 매운 닭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연구에 들어갔다. 난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결국 불 맛과 함께 맛있게, 캡사이신이 없이도 맛있는 매운 닭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점포 공사를 하면서는 뇌리에 있던 생각들이 눈 앞에서 직접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 굉장한 설렘을 느꼈다. 하나를 잘 더하면 열 개를 더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애’도 한껏 들었지만 부담감도 더 해졌다. 하지만, ‘잘못하면 다시 하면 되니까, 좀 더 고생하면 되니까, 그 모든 게 경험이 되니까’는 생각으로 하나씩 쌓아왔다.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아무래도 장사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막상 시작하니 음식의 맛부터 재료 관리, 유통 기한, 세금, 월세, 재고 관리, 서비스, 홍보 마케팅까지 가게를 운영하면서 고민해야할 부분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래도 난 항상 해오던 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는 하루하루 어떻게 하면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서비스에, 시설에, 맛에 만족하는 손님들이 물어보면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여기 제가 직접 만든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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