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미래 혁신학교에 가다] ③ 혁신학교 7년차 광주 봉주초
2017년 10월 24일(화) 00:00 가가
지난 20일 찾아간 광주시 남구 봉주초교는 시끌벅적했다. 학교 벽면에는 ‘봉주축제’를 알리는 앙증맞고 귀여운 그림·문구들이 그려진 수십장의 포스터들이 나붙었고 운동장에는 20개가 넘는 체험 부스를 뛰어다니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4학년 김예진(11), 김세영(11)양은 체험 부스를 돌아다니는 또래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수업중에 만들었다는 손거울과 연필꽂이, 휴지케이스 등을 적극 홍보하며 구매를 권했다. 체험부스인 ‘탄산수 만들기’ 코너에 앉아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 또래 아이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따라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 날 열린 봉주초의 ‘봉주축제’는 학교만의 행사가 아니다. 올해로 7년째 접어들면서 ‘마을 축제’, ‘동네 축제’로 자리잡았다.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도 참여하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리플렛에도 ‘제 7회 봉주골 마을축제’로 안내하고 있다.
축제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학생들이 직접 맡았다. 학생들이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4시까지 운영한 체험 부스는 ‘야구공으로 놀자’, ‘할로윈, 캐나다 문화체험’, ‘광섬유 나비만들기’, ‘아슬아슬 잠자리’ 등 28개였다.
여기에 학부모, 지역교육단체, 대학, 사회적경제연합회, 소방서, 장애인종합복지관, 다문화센터 등도 학생들 운영 부스 한 켠에 체험 코너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체험을 도왔다.
마을과의 소통, 협력을 중시하는 혁신학교의 특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봉주초 2학년 교육과정에도 ‘동네를 둘러보고 동네 사람들이 하는 일을 살펴보며 마을 구성원으로서 해야할 일을 찾아 실천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봉주초의 이같은 시도는 지난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교과서 진도 중심 수업 대신, 관심 가는 주제를 정해 교과수업·체험활동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연계하고 동원하면서 변화를 줬다.
2학년 2학기의 경우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춰 ‘함께 어울려 살아요’, ‘가을아 놀자’, ‘내가 만나는 우리나라와 이웃나라’, ‘겨울 이야기’ 등 4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국어·바른생활·슬기로운생활·즐거운생활·창의적체험활동 등에 맞도록 교육 과정을 재구성했다.
7년 째 차별화된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으로 학교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체험 활동이 많아지면서 학생들 사이에 학교가 ‘재미있고 즐겁고 갈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1·3·5학년과 2·4·6학년으로 묶어서 춤·난타, 수영·빙상, 오카리나, 공예, 목공 등을 익히는 ‘주기 집중 여름 계절학교’ 때는 학교에 가방을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수업도 교사 주도가 아닌, 학생 주도로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인 의식이 생겨났다. 2교시를 묶어 통합 교과에 집중하고 쉬는 시간을 늘리는 ‘블록 수업’ 방식으로 인해 학생들끼리 자율적 학습도 활발해졌다는 게 이영수 교감의 설명이다.
봉주초 뿐 아니라 광주지역 혁신학교로 지정된 30개 초등학교, 전남 64개 초등학교 대부분이 비슷하다.
학생 중심의 참여형 수업을 지향하면서 다양한 체험활동·동아리활동·프로젝트 수업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 삶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남도교육정보연구원 교육정책연구소가 펴낸 ‘무지개학교 지원을 위한 컨설팅 현황과 운영 사례’는 전남지역의 4∼6년 혁신학교의 다양한 운영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신안 압해동초의 경우 전교생과 교사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예를 들면 ‘복도 통행을 잘 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핸드폰 사용을 허용하는 범위 정하기’ 등을 주제로 ‘다모임’을 통해 결정하고 논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신안 압해도 특산물인 뻘낙지 유통경로를 추적, 수산시장 경매부터 서울 식당에서 손님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체험하는 ‘뻘낙지 유통여행’ 프로젝트를 수학여행과 연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추진하기도 했다.
광양골약초도 학생임원(학급 및 학생회)을 없애고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는가 하면, 학생이 일일 교사로 나서 교사 대신, 과학축제를 진행하고 학생들 스스로 축제 계획과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토록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골약초는 또 학년별로 ‘무인도에서 살아보기’(4학년), ‘영산강 따라 자전거타기’(5학년), ‘지리산 종주길 걷기’(6학년) 등 역량을 키우기 위한 중점 체육활동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순천 별량초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혁신학교 특징을 강화하고 있다.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마을공동체가 학교 교육에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데 적극적이다. ‘학부모 아카데미’나 ‘학부모 동아리’, ‘아빠 모임’을 활성화하고 ‘지역 기관, 단체장의 아침 책 읽어주기’, ‘엄마품 책 읽어주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방안을 찾는데 고민한다는 얘기다.
해남군 화산중의 경우 3학급 학생 46명, 교사 9명의 소규모 중학교의 특수성을 감안, 겨울철, 가장 추운 날을 골라 교내에 호떡 좌판을 벌여 대화하는 ‘호떡 프로그램’, 첫눈 오는 날 교정 사진찍기, 글짓기 등을 하는 ‘첫눈감성 프로그램’ 등 감성을 키워주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같은 혁신 초·중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전남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2015년 전남 초·중 48개 학교(혁신학교 24곳·일반학교 24곳)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혁신학교 학생·학부모들은 일반학교 학생에 비해 ‘특색있는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 날 열린 봉주초의 ‘봉주축제’는 학교만의 행사가 아니다. 올해로 7년째 접어들면서 ‘마을 축제’, ‘동네 축제’로 자리잡았다.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도 참여하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리플렛에도 ‘제 7회 봉주골 마을축제’로 안내하고 있다.
마을과의 소통, 협력을 중시하는 혁신학교의 특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봉주초 2학년 교육과정에도 ‘동네를 둘러보고 동네 사람들이 하는 일을 살펴보며 마을 구성원으로서 해야할 일을 찾아 실천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봉주초의 이같은 시도는 지난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교과서 진도 중심 수업 대신, 관심 가는 주제를 정해 교과수업·체험활동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연계하고 동원하면서 변화를 줬다.
2학년 2학기의 경우 다양한 상황에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춰 ‘함께 어울려 살아요’, ‘가을아 놀자’, ‘내가 만나는 우리나라와 이웃나라’, ‘겨울 이야기’ 등 4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국어·바른생활·슬기로운생활·즐거운생활·창의적체험활동 등에 맞도록 교육 과정을 재구성했다.
7년 째 차별화된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으로 학교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체험 활동이 많아지면서 학생들 사이에 학교가 ‘재미있고 즐겁고 갈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1·3·5학년과 2·4·6학년으로 묶어서 춤·난타, 수영·빙상, 오카리나, 공예, 목공 등을 익히는 ‘주기 집중 여름 계절학교’ 때는 학교에 가방을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수업도 교사 주도가 아닌, 학생 주도로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주인 의식이 생겨났다. 2교시를 묶어 통합 교과에 집중하고 쉬는 시간을 늘리는 ‘블록 수업’ 방식으로 인해 학생들끼리 자율적 학습도 활발해졌다는 게 이영수 교감의 설명이다.
봉주초 뿐 아니라 광주지역 혁신학교로 지정된 30개 초등학교, 전남 64개 초등학교 대부분이 비슷하다.
학생 중심의 참여형 수업을 지향하면서 다양한 체험활동·동아리활동·프로젝트 수업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 삶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남도교육정보연구원 교육정책연구소가 펴낸 ‘무지개학교 지원을 위한 컨설팅 현황과 운영 사례’는 전남지역의 4∼6년 혁신학교의 다양한 운영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신안 압해동초의 경우 전교생과 교사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예를 들면 ‘복도 통행을 잘 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핸드폰 사용을 허용하는 범위 정하기’ 등을 주제로 ‘다모임’을 통해 결정하고 논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신안 압해도 특산물인 뻘낙지 유통경로를 추적, 수산시장 경매부터 서울 식당에서 손님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체험하는 ‘뻘낙지 유통여행’ 프로젝트를 수학여행과 연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추진하기도 했다.
광양골약초도 학생임원(학급 및 학생회)을 없애고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토록 하는가 하면, 학생이 일일 교사로 나서 교사 대신, 과학축제를 진행하고 학생들 스스로 축제 계획과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토록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골약초는 또 학년별로 ‘무인도에서 살아보기’(4학년), ‘영산강 따라 자전거타기’(5학년), ‘지리산 종주길 걷기’(6학년) 등 역량을 키우기 위한 중점 체육활동을 운영해 눈길을 끈다.
순천 별량초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혁신학교 특징을 강화하고 있다.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마을공동체가 학교 교육에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데 적극적이다. ‘학부모 아카데미’나 ‘학부모 동아리’, ‘아빠 모임’을 활성화하고 ‘지역 기관, 단체장의 아침 책 읽어주기’, ‘엄마품 책 읽어주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방안을 찾는데 고민한다는 얘기다.
해남군 화산중의 경우 3학급 학생 46명, 교사 9명의 소규모 중학교의 특수성을 감안, 겨울철, 가장 추운 날을 골라 교내에 호떡 좌판을 벌여 대화하는 ‘호떡 프로그램’, 첫눈 오는 날 교정 사진찍기, 글짓기 등을 하는 ‘첫눈감성 프로그램’ 등 감성을 키워주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같은 혁신 초·중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전남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2015년 전남 초·중 48개 학교(혁신학교 24곳·일반학교 24곳)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혁신학교 학생·학부모들은 일반학교 학생에 비해 ‘특색있는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