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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지

2017. 08.23. 00:00:00

 지난해 겨울이었다. 고등학생 딸이 뉴스 영상을 보더니 기겁을 했다. AI(조류독감) 감염 닭을 도살 처분하는 장면이었다.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닭을 마대(麻袋)에 가득 담아 생매장하는 게 매우 충격적이었던지 눈물까지 터트리는 것이었다.
지난해 전국에서 AI 여파로 도살 처분된 가금류는 2600여 만 마리에 이른다. 이중 10마리 가운데 7마리가 닭이었다. 해마다 있어 온 일이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에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으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후 딸아이는 치킨을 입에 대지 않았다.
‘치맥’(치킨+맥주)이 한국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 닭 수난사는 유별난 것 같다.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또다시 뉴스의 중심이 됐다. 그러면서 동물 복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동물 복지나 식품 안전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을 추구하는 축산 구조의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다.
정부도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동물 복지 축산 농장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2014년 육계, 2015년 한우·육우·젖소·오리로 점차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데 동물의 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을 정부가 인증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제도 도입 5년이 지나도록 정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92곳에 불과하고, 국내 산란계 농가 1464곳 중 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다른 품목의 인증 농장 수를 합쳐도 132곳이다. 초기 투자 비용도 문제지만 정부 지원이 없고, 비싼 가격 탓에 소비자의 선호도가 낮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건강한 먹거리와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면 정부와 농가 및 소비자의 책임과 비용 지불은 당연하다. 동물 복지형 사육,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생산성에 매몰돼 간과했던 공장식 사육 환경 개선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닭들이 홰를 치고 ‘흙 목욕’을 할 수 있는 농장이 많아져 소비자들도 좋은 먹거리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때를 기대해 본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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