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의 독일이야기] ③ 뮌헨이 벌면 베를린이 함께 쓴다
국가기능 지방 분산이 발전의 원동력
2017년 08월 10일(목) 00:00
독일은 자타가 공인하는 맥주의 본고장이다. 뮌헨의 헬러스와 둔켈, 베를린의 베를리너 바이세, 뒤셀도르프의 알트비어, 쾰른의 쾰시비어 등 지역적 풍미를 지닌 1400여개의 맥주공장이 독일 전역에 있다.



지방이 살아있다

어디 맥주뿐인가. 주요 관청과 기업체도 어느 한 지역에 편중돼있지 않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칼스루헤에, 연방중앙은행은 프랑크푸르트에, 철도청은 본에 있다. 함부르크는 해운업과 무역업, 프랑크푸르트는 금융업, 슈투트가르트는 자동차산업이 중심이다. BMW는 뮌헨에, 폭스바겐은 볼푸스부르크에, 아우디는 넥카스울름에, 지멘스는 에를랑겐, 바이엘은 레버쿠젠에 본사가 있다. 이같은 국가기능의 고른 분산은 지난 50년간 독일이 추진해 온 ‘지역발전’을 근간으로 한 국가발전전략이다.

지방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로 박람회를 들 수 있다. 필자도 베를린 가전박람회, 뮌헨 전기차박람회,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모터쇼, 하노버 상용차박람회, 퀼른 가구박람회, 함부르크 풍력박람회 등을 직접 둘러봤다. 규모도 엄청나지만 대부분의 박람회가 1년 전에 부스 예약이 끝난다. 세계 비즈니스를 선도하고 그 자체가 커다란 수입원인 세계적 규모의 박람회 가운데 3분의 2가 독일에서 열리는데, 이 역시 독점하는 지역은 없다. 경제 수도인 뮌헨, 교육도시 하이델베르크, 금융수도 프랑크푸르트와 문화와 행정 중심지 베를린, 섬유패션 중심지 뒤셀도르프 등 10여개 도시에서 각기 특성에 맞는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 역시 베를린 연방정부가 중복 개최나 쏠림이 없도록 섬세하게 조정한 결과라 한다.



부자 주가 못사는 주 재정 지원

필자는 지방분권의 핵심요체인 지방재정권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베를린과 함부르크의 재정담당자를 직접 만났다. 베를린 재정책임자 베른하드(Bernhard Speyer)는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모든 세금에 대해 동등한 조세 주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원 배분도 지방정부가 53%, 연방정부가 43% 수준이란다. 또한 헌법 107조 2항에 근거한 지방재정조정법을 통해 잘사는 주가 못사는 주의 재정 일부를 지원한다. 연방 전체는 동등한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기초해 뮌헨이 번 것을 베를린이 쓸 수 있게 하는 지원시스템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는 쭉 가난한 주로 남아있지만, 베를린과 니더작센은 해마다 불균형을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그는 법의 효과를 설명했다. 이는 통일에도 큰 몫을 했다. 동서독은 통일 이전부터 98개 도시들이 결연을 맺고 파트너 도시들을 지원했다. 통일 후엔 854개 도시로 늘어났다. 지방의 연대와 상생이 통일의 기반이 됐고 독일 경쟁력의 초석이 된 것이다.



연대와 상생이 통일의 기반

혜택을 주는 주에 속하는 함부르크 시 재정조정관 게르노트(Gernot Nobis)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부자 주정부는 분담금을 덜 내려하고, 수혜를 받는 주는 더 많이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연방정부가 16개 주정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간단치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권한과 연대에 관한 법은 독일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라고 그는 강조한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어떠한가. 중앙정부가 대부분의 권한을 쥐고 있다가 지방에 일부 권한을 이양하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중앙에서 돈을 끌어오는 것이 단체장의 최고 능력이 돼버렸다. 다행히 새 정부가 연방제에 가까운 지방분권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지방분권의 신호탄이 터진 만큼 지방정부도 달라져야한다. 지역 정체성을 회복해갈 주도적인 성장플랜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의 새 시대를 광주가 리드해야 한다.



<정치인·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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