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들여다보기] 월계동 장고분 - 조성식
2017년 01월 17일(화) 00:00
장고분은 마치 둥근 산봉우리처럼 만들어진 거대한 봉분 앞에 사각형에 가까운 기단부가 연결된 다소 특이한 형태의 고대분묘로 광주광역시와 전남 일대의 해안과 완만한 구릉지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장고분은 그 형태가 전통 타악기인 장고(長鼓)와 유사하여 붙여진 명칭이며, 앞부분은 각이 지고 뒷부분이 원형이어서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으로도 불린다.

전방후원분은 우리 고유의 묘제라기보다는 일본 열도 전역에서 주류를 이루던 고유의 무덤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무덤은 3세기부터 7세기까지 비교적 오랜 기간 축조되었으며,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대 규모의 오사카남부 인덕왕릉(仁德王陵)이다. 내부 구조는 전면부 개방식 석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드물게는 동굴 형식의 석실고분도 보인다. 또한 매장시설은 지표 아래를 파내어 토광(土壙)을 형성하는 일반 무덤과 달리 흙을 쌓아올린 봉분의 상단부에 위치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

전남지역 일원에서 전방후원분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일부학자들은 가야지역 일대에 존재했다는 소위 한반도의 일본식민지인 임나(任那)일본부설처럼 전남지역 일대가 한동안 자신들의 지배지역이었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학계에서는 이를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고 있다. 당시 영산강 하구 일대는 중국 연안 - 한반도 서남해안 - 일본 큐슈지역으로 이어지는 고대 동아시아의 교통물류의 거점지대로 중국과 일본의 문물이 자유롭게 교섭되는 곳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한지역의 유력 지배층이 정치적 위세와 경제력 과시를 위한 수단으로 일본에서 전래한 특이한 묘제를 활용했을 개연성을 상정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매장주체에 대한 정설은 아직 확립되지 않아 일본으로 건너간 마한이나 백제계 유민, 일본계 백제관료, 마한지역에서 철을 교역하던 일본상인의 무덤 등으로 추정하는 다양한 견해가 혼재한다.

5∼6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월계동 장고분은 광주 첨단지구에 위치하며, 1995년 주구에서 ‘하니와’(埴輪)로 불리는 원통형 토기 등이 출토되어 장고분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1994년 2월 18일 광주시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되었다.

장고분은 이른 시기 삼국과 동아시아 일대에 걸쳐 분포하는 독특한 묘제인 옹관묘(甕棺墓: 독무덤)와 더불어 한반도 남단부 전남지역의 대외개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국제적 문화유산이다.

〈한국학진흥원 설립추진위

기획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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