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文化로 물들다] ① 광주 산수동 쿡폴리
청년 7명 “광주의 맛·멋·문화 책임지겠습니다”
2017년 01월 03일(화) 00:00
지난해 문화계에 닥친 ‘최순실 파문’은 어렵사리 활동을 이어나갔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하지만 예향광주는 언제나 그렇듯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으로 광주 문화 색채를 더욱 풍성하게 꾸며줄 인물·장소를 소개해본다.



“쿡폴리가 동명동, 산수동 일대 문화명소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을 찾은 방문객들이 광주 멋을 만난 후 쿡폴리에서는 광주 맛을 즐기는거죠. 광주 문화 활력소가 되겠습니다.”

2일 오전 방문한 광주시 동구 산수동(363-22번지) 쿡폴리는 유리 온실을 떠올리게 하는 큼지막한 유리창이 눈에 들어오며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다. ‘청미장’이라 써진 푸른색 배경 입간판을 따라 골목길을 조금 더 들어가니 한옥을 개조한 한식 음식점이 나온다. 첫 건물과 마찬가지로 전면 통유리를 설치해 내부가 훤히 보이는 구조다. 쿡폴리를 구성하고 있는 바(Bar) ‘콩집’과 식당 ‘청미장’이다.

쿡폴리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진행한 3차 광주폴리 중 하나로 오는 10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음식점은 시범 운영 중이다. 약 50년 전에 지어진 공폐가 건물 2채를 신축·리모델링했다. 기둥, 연탄창고를 일부러 철거하지 않고 놔둬 오래된 건물 분위기를 살렸다.

폴리는 원래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뜻하지만 재단은 ‘기능적인 역할을 더해 도시재생에 기여하는 건축물’로 광주폴리를 새롭게 정의내리고 추진하고 있다. 쿡폴리는 도심 미관 향상과 활성화를 목적으로 조성하는 대표 사례다.

특히 황량했던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장진우식당’을 열며 문화명소로 만든 장진우 셰프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광주 출신 청년 7명을 직접 선발해 지난해 7월부터 4개월간 서울에서 직접 교육을 시키며 메뉴, 운영방향 등을 컨설팅했다.

오명구(32)씨를 대표로 성원재(37), 주형찬(26), 나세환(25), 김용성(25), 채한솔(25), 박고운(여·25)씨 등은 지난 12월초 ‘맛있는골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콩집은 오 대표와 채한솔, 박고운씨가, 청미장은 나머지 조합원이 맡는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만큼 각각 지닌 사연도 다양하다. 서울에서 건축 일을 하다 참여한 성원재씨,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홍일점 박고운씨까지 모두 요리를 좋아하고 맛으로 광주를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 대표는 “서울에서 교육받을 당시 장진우 셰프 말 중 가장 귀담아 들었던 점은 소통이었다”며 “‘콩집’은 일부러 가운데에 주방을 두고 테이블을 설치해 손님과 셰프들이 마주보는 방식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한솔씨는 “콩집은 낮에는 커피와 쥬스 등을 팔고 밤에는 칵테일·맥주 위주로 운영할 계획이다”며 “광주시민들에게 바텐더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미장도 마찬가지였다. 손님 수에 따라 언제든지 테이블을 구성할 수 있게 2인용 탁자를 여러개 준비했다. 이름은 광주 역사를 공부한 후 직접 지었다. 청미장은 6·25전쟁 이후 광주에서 처음 생겼던 한정식집 이름이고, 콩집은 같은 시기 문을 열며 안주로 콩음식을 팔았던 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식당 운영은 요리 실력 이외에도 성격과 좋아하는 분야에 따라 역할을 나눴다. 외향적인 나세환씨는 홀서빙을, 음악을 좋아하는 김동성씨는 식당 배경음악을 담당했다. 김씨는 “앞으로 날씨, 시기, 손님 연령층에 따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곡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은 역시 ‘맛’이었다. 장진우 셰프와 함께 기획한 곱창전골을 비롯해 광주시민들이 결혼식 등에서 자주 먹었던 불고기전골을 준비해 추억을 자극한다. 그밖에 스지(소 힘줄) 전골을 개발했다. 오 대표는 “끊임없이 매뉴를 개발해 재방문한 손님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독특한 건물 외향과 함께 맛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수동 랜드마크를 꿈꾸고 있다. 지역 문화기획자들과 연계해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동네 사랑방 역할도 염두에 두고 있다. 쿡폴리에서 토크콘서트, 영화상영 등 문화 관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쿡폴리는 천장이 높아 멀리서도 잘 보여요. 광주를 구경하고 오신 분들이 이곳에서 맛을 느끼시는 거죠. 10년 뒤, 20년 뒤에도 쿡폴리가 다양한 광주 문화를 선보이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문의 062-608-4224.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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