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1> ‘개미필름’ 정태석·정광식씨
“헬조선 좌절은 없다”… 영화는 세상 향한 우리들의 외침
2017년 01월 02일(월) 00:00

지난 2012년 결성한 영화제작사 ‘개미필름’의 정광식(오른쪽)씨와 그의 ‘페르소나’(Persona) 정태석씨. 이들은 “쳇바퀴 같은 삶 속에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며 “결국 현실을 고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이들이 있기에 현재의 정국도 나타나지 않았냐”며 웃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청춘(靑春)’. 힘들고 버거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들으면 설레는 단어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에 때론 절망하지만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청춘만의 특권이다.

그래서 땀 흘리는 청춘은 아름답다. 삶은 무겁지만 내일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청년들이 있는 한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내일을 열어가는 청춘들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들의 희망을 들어본다.



2012년 의기투합…단편영화 다수 제작

광주 기반 10년 넘게 연극·영화 활동

올 8월 첫 중편영화 '침묵의 나선' 제작

"영화는 시대 그릇…희망 얘기하고파"



"‘돈도 실력’이라는 금수저는 대학부터 직장까지 ‘탄탄’대로다. 흙수저는 넓은 세상, 한 몸 일할 자리도 없다. 어렵게 알바 자리를 구했지만 사장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손님은 오늘도 갑질이다."

청춘 ‘개미’들이 “못 참겠다”며 나선 이유다. 영화를 만드는 정광식(33)씨와 정태석(35)씨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시대 청년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보자는 야무진 포부가 있다. 그것도 영화 불모지인 광주에서 영화를 만들면서다.

광주시 동구 대인동 오피스텔에 자리 잡은 영화사 ‘개미필름’(Ant Film)의 10평 남짓한 작업실 내부는 생기가 넘쳤다.

개미필름은 연극배우를 하던 정태석씨가 정광식씨의 영화 제작 강의를 들으며 만난 인연으로 지난 2012년 결성됐다. 지금까지 수많은 단편영화를 만들어왔다. 올해 8월에는 첫 중편영화 ‘침묵의 나선’을 찍었다.

이들은 평생교육원 등에서 영상 제작 강의를 하며 생기는 수입 등으로 작업실 월세와 장비를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부수입 일을 줄이고 영화 제작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개미필름은 지난해 막내를 맞았다. 영화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든 광주에서 보물 같은 존재라고 한다. 개미필름이 영입한 촬영감독 김종혁(28)씨다. 현재 전남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하면서 영화와 웹드라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광주지역을 기반으로 10여 년간 영화 활동을 해온 정광식씨는 “아무리 ‘영화쟁이’ 해먹기 힘들다고 해도 광주를 뜰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여기까지 터 닦아놨는데 그만 둘 수 없다는 오기도 발동했다. 수십 년을 한길만 걸어온 선배들도 영화를 완전한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힘든데 한두 번 실패했다고 그만 두기엔 섣부르지 않느냐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태석씨는 수도권 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광주에 정착한 경우다. 13년 동안 연극 무대에서 연기 내공을 다져온 그는 개미필름을 만들면서 아예 광주에 눌러앉기로 했다. 정씨는 감독으로서 메가폰을 잡는가 하면, 주연·조연을 오가며 연기하는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인다. “광주 사회의 폐쇄성을 느낄 때가 많다”는 그는 자신의 영화 활동이 광주에서 예술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영화를 만드는 개미필름 식구들은 저마다 계획도 꽉 차있다. 올해 의기투합할 작품은 정태석씨가 2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준비해 온 ‘그 밤의 왈츠’(가칭)다.

대리운전을 하는 남자가 매일 무료한 일상을 이어오다 한 여자 손님과 사소한 말다툼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 땅을 헤치고 피어나는 봄꽃처럼 고된 삶에서도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과 희망을 그리겠다는 계획이다. 정씨가 대리운전을 생업으로 삼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라 맛깔 난 대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칸(Cannes) 레드카펫 밟아보는 거죠” 호기롭게 첫 마디를 던진 정광식씨가 웃음기를 거두고 말을 이어갔다. 정씨는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에서도 가능성을 찾게 하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자 힘”이라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태석씨는 영화를 “그 시대의 현상을 오롯이 반영하는 증거물”로 정의했다. 이들은 영화로 끊임없이 기록하면서 할 말은 하는 게 개미필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책무라고 입을 모았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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