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고 '아트시네마' <6> 대구 동성아트홀·오오극장
‘대구 문화의 산실’… 강좌로 공연으로 시민과 꾸준한 교감
2016년 11월 22일(화) 00:00

왼쪽부터 대구 동성아트홀·오오극장

[대구 동성아트홀]

지난 2014년 대구 예술영화 전용관 동성아트홀이 폐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23년 전 문을 연 푸른극장에서 출발한 동성아트홀은 오랜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다양성 영화를 선보여온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었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면서 경영난을 겪어온 동성아트홀은 ‘관객들이 직접 운영하자’는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했지만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역에서 광개토병원을 경영하는 김주성 원장이 극장을 인수하면서 영화관은 다시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 동성아트홀은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재개관했고 얼마전 재개관 1주년 기념 행사 ‘23+1’을 진행했다.

대구 번화가 동성로 한 건물의 3층에 자리한 극장으로 오르는 계단 계단마다에는 ‘인생은 영화 속 세계와는 달라. 인생은 훨씬 더 힘겨워’(영화 ‘시네마천국’ 중) 등 유명 영화의 대사들이 새겨져 있다. 깔끔하게 단장된 안내 데스크를 지나면 넓은 로비와 함께 관객들의 응원메시지가 붙어 있는 공간이 눈에 띈다.

“이 작은 극장 하나가 존재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지금 청년들에게 희망의 보기를 증명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폐관 소식을 듣고 동성아트홀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부활한 이곳에서 영화를 보네요. 이번에도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여기서 개봉하네요.”

리모델링 과정을 거쳐 201석이었던 좌석은 126석으로 축소,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 야구장 펜스 광고와 지하철 광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중이다.

동성아트홀 관람객은 2만 6000여명, 유료 정기회원은 300여명 수준이다. 동성아트홀 1년 상영작은 약 300여편으로 타 극장에 비해 월등히 많다. 2주간 상영작이 때론 20여편에 달해 영화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초창기부터 동성아트홀과 함께 해온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상영작 시간표를 짜는 일을 ‘고차 방정식’이라 표현했다. 동성아트홀은 강력한 커뮤니티로 유명했다. 예술영화 팬도 많았지만 ‘극장’ 자체에 대한 팬들이 막강했다. 매달 한차례 “우리가 주인이다”는 마음으로 회원들이 영사기사부터 매표까지 맡아 봉사하기도 했다.

운영 체계가 바뀌면서 동성아트홀은 ‘문화커뮤니티’와 전시, 공연 등 타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하고,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함께하는 행사들을 꾸준히 진행하는 등 ‘문화 아지트’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4층 공간을 리모델링한 것도 영화를 넘어 ‘문화’ 전체에 방점을 두기 위해서다.

재개관 후 신경림 시인 등을 초청, ‘동성, 인문학을 만나다’ 강좌를 운영했고 올해는 ‘문화공장’과 함께 인디밴드 지원프로젝트 ‘달빛 소리’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 영화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을 관람하고 셰프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영화를 읽어주는 극장’ 프로그램도 개최했다.

“오랫동안 동성아트홀은 대구 문화의 산실 역할을 했어요.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다 보면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들을 계속 겪게 됩니다. 이런 상황들을 이겨내야 하는 게 숙제죠.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남태우 프로그래머)



[오오극장]

‘오오극장’에 들어서면 영화배우 이성민, 임순례 감독 등의 코멘트가 흐르는 영상이 눈에 띈다. “지역의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어준 대구시민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다.

‘오오극장’은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만들어진 첫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이다. 극장 이름은 좌석이 55개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만나는 ‘삼삼다방’은 커뮤니티 카페, 매표소, 갤러리 공간을 겸하고 있다. 둘을 합쳐 ‘삼삼오오’. 재미있는 발상이자, ‘시민과 함께하는’ 극장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오오극장 2관’은 말 그대로 2명이 관람할 수 있는 작은 비디오 룸이다. 회원에 한해 극장이 보유하고 있는 700여편의 DVD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가 많다. 또 대구에서 만들어지는 책과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코너도 운영중이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오오극장은 한국독립영화를 중점적으로 상영한다. 상영작의 70% 정도를 차지하며 해외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오오극장은 대구·경북 독립영협회, 대구 민예총, 미디어 핀다 등 3개 단체가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설립 추진 모임을 결성하면서 첫발을 뗐다. 보증금과 설립비용 1억 5000만원 중 단체들이 1억원을 내놓았고 일반 모금으로 5000만원을 모았다. 영화 상영관 뿐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 역할도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오오극장’은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운영될 수 있는 ‘자생력’을 목표로 했다. 운영은 티켓 수익과 대관료, 카페 수익으로 구성되며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이 운영을 맡고 있다. 문화예술 활동가, 제작자, 관객 등 13명에서 출발해 지금은 24명이 활동중이며 앞으로 5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을 모색중이며 영화 제작자 관객, 독립예술영화 인력, 창작자, 활동가, NGO, 문화단체들을 모두 아우를 생각이다.

영화관이 문을 연 후 지역 예술가, 문화공간 등의 연대도 가능해졌다. 클럽 헤비 등 자립문화예술공간들과 함께 ‘무가지 ‘1/n 각출 롤링페이퍼-구르는 종이’를 발행,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정보를 제공했다. 또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귀향’ 상영 때는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하트 51’ 상영 때는 지역 뮤지션들과 공연도 열었다.

‘오오극장’은 독립영화에 방점을 찍다 보니 20∼30대 관객이 주류를 이루고, 타 예술극장의 주관객층인 중장년 여성 관객들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관객동원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1200명이 관람하는 등 ‘히트작’이 나오기도 한다.

극장측은 그밖에 다양한 영화제와 함께 ‘21세기 영화 속 여성 읽기’ 등의 비평 강좌를 진행중이며 대구경북독립형화협회 주관으로 영화 제작 수업도 열고 있다.

“지역밀착 극장을 꿈꿉니다. 지역 주민들과 영화를 매개로 소통하고 커뮤니티도 만들려고 해요. 영상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아직 관객이 그리 많지만 다행히 영화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요.”(권형준 프로그래머)



/글·사진=김미은기자 meki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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