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대’ 사무총장은 아무나 하나?
2016년 06월 24일(금) 00:00 가가
윤장현 광주 시장은 잘 알려진 대로 늘 작은 차를 탄다. 그렇다고 다른 기관장들처럼 큰 차를 타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큰 차를 탈 때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뒤로 젖혀집디다. 전라도 사투리로 말하자면 ‘자때바때’ 해지는 거지요. 하지만 작은 차를 타니 아무래도 낮은 데서 모든 걸 바라보게 돼요.”
윤 시장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흐르듯 늘 약자나 어려운 자를 살피고자 한다. 그가 2년 전 시장이 되어 처음 시청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청소부 아줌마들이 화장실 한쪽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더라는 것이다. ‘다 밥 먹자고 하는 일’인데 이럴 수가 있나.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직원들이 그런 애처로운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그냥 지나치더라는 것이다.
이후 시청 내 8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 것도 그런 일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삶의 자존을 찾은 이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것을 볼 때 그는 시장으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사회적 불평등을 깨고 청년을 포함한 소수자나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시정 철학이다. 청소년 인재육성과를 만들고 꿈꾸는 라운드테이블을 만든 것도, 청년들의 기를 살려주지 않는 한 가정에도 희망이 없고 지역에도 미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시장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에 명운을 걸고 있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더민주냐? 국민의당이냐?’ 당적을 놓고 고민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민생과 일자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의리가 있니 없니 말들이야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인 춤을 출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래형 친환경자동차와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 아시아문화전당의 활성화 및 한전과 함께하는 에너지밸리 사업에 그처럼 열의를 쏟고, 100개 중소기업을 강대기업으로 만들겠다며 그동안 어떤 시장이나 간부도 찾아보지 않았던 지역 업체를 직접 둘러본 것도, 그런 사명감 때문이었다. ‘누가 미래를 책임질 것인가’ 하는 것은 늘 그가 생각하고 있는 영원한 화두(話頭)임에 틀림없다.
그가 처음 시장에 당선됐을 때엔 그동안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터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중앙 부처에 인맥이 있을 리 없기에,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첫해 부지런히 움직여 전년도보다 11%나 더 따올 수 있었고, 신규 예산도 300%를 확보해 주위의 우려를 씻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만나서 읍소하고, 행정부처를 방문할 때는 장관실이 아니라 사무관실부터 먼저 찾는 등 온갖 정성을 들인 결과였다.
어느덧 그가 시장이 된 지 2년이 다 돼 간다. 민선6기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되는 이 시점에서, 그는 할 만큼 했다는 평을 듣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10만 원짜리 상품권 한 장 받은 적이 없어요.” 시민시장으로서 그의 강점인 깨끗한 이미지도 그대로 잘 유지해 온 것 같다.
그럼에도 그와 더불어 민선 6기 광주시정에 대한 평가는 유달리 박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뒤치다꺼리만 하다 보니 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얼크러진 것을 풀어서 가닥을 잡고, 앞선 전임이 무리하게 저질러 놓아 삐거덕거리는 사업을 반듯이 바로 잡는 데 매달리다 보니, 생색나는 사업이 있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민주 시장’답게 관변단체 등 시정과 관련된 기득권 세력들에 대한 특별대우를 과감히 생략한 데 있다. 새로운 시장이 오면서 그동안에 받던 여러 가지 특혜가 한순간 사라지니, 그들이 서운한 감정을 갖지 않을 리 없고 말들을 좋게 해 줄 턱이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 시장에 대한 평가를 좀먹는 것은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시장 취임 이후 윤 시장은 지지리도 사람 복이 없는 것 같다. 이유야 어떻든 벌써 2년도 안 됐는데 비서실장이나 정무특보가 몇 번이나 갈리기도 했다.
시장이 된 뒤 ‘하루도 발 뻗고 자 본 적이 없다’는 그가 최근 또다시 ‘사람’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세수대) 사무총장 선임 때문이다. 세수대 사무총장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윤석 현 광주 U대회조직위 사무총장이 적임자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윤 시장은 김 총장을 배척한 것으로 알려진다. 광주시는 당초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율을 통해 김 총장을 내정한 뒤 인가를 받고도 인선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윤 시장과 김 총장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의 처신에도 뭔가 문제가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과 소문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 정도 큰 대회의 사무총장이라면 적임자가 있을 경우 원수라도 데려다 써야 할 판이라는 점에서, 윤 시장의 포용력을 아쉬워하는 이도 없지 않다.
어찌 됐든 광주시는 이제 후임 사무총장을 골라야 하는데, 처음 정동채 전 의원 등 몇 사람이 거론되더니 최근엔 조영택(65) 전 의원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건 아니다. 조 전 의원은 행정 관료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 인적 네크워크가 부족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조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도 천정배 후보에게 패했다.)
국제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스포츠연맹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우선돼야 하며, 스포츠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나이키 등 국제 스포츠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을 대회 스폰서십으로 끌어올 수 있는 경영 능력이 있어야 한다. 조영택 사무총장으로 이게 가능할까?
해외 홍보를 위한 세계체육기자연맹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필수적이다. 더불어 세계수영연맹 수뇌부와 수시로 대면 또는 전화로 계약 조건을 협의하고, 각종 사항을 직접 조율해야 하는 만큼 국제스포츠 행사 관련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이게 조영택 사무총장으로 가능할까?
아무래도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스포츠 마케팅 경험, 개인 간의 인맥을 중시하는 국제 스포츠 연맹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제적인 수영 스타 박태환을 배출한 대한수영연맹과도 긴밀히 협의해 전국적인 인물을 영입해야 할 것이다. 굳이 한물간 전직 국회의원들만 쳐다 볼 필요가 없다. 윤 시장의 결단을 기대한다.
〈주필〉
이후 시청 내 8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 것도 그런 일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삶의 자존을 찾은 이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것을 볼 때 그는 시장으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미래형 친환경자동차와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 아시아문화전당의 활성화 및 한전과 함께하는 에너지밸리 사업에 그처럼 열의를 쏟고, 100개 중소기업을 강대기업으로 만들겠다며 그동안 어떤 시장이나 간부도 찾아보지 않았던 지역 업체를 직접 둘러본 것도, 그런 사명감 때문이었다. ‘누가 미래를 책임질 것인가’ 하는 것은 늘 그가 생각하고 있는 영원한 화두(話頭)임에 틀림없다.
그가 처음 시장에 당선됐을 때엔 그동안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터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중앙 부처에 인맥이 있을 리 없기에,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첫해 부지런히 움직여 전년도보다 11%나 더 따올 수 있었고, 신규 예산도 300%를 확보해 주위의 우려를 씻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만나서 읍소하고, 행정부처를 방문할 때는 장관실이 아니라 사무관실부터 먼저 찾는 등 온갖 정성을 들인 결과였다.
어느덧 그가 시장이 된 지 2년이 다 돼 간다. 민선6기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되는 이 시점에서, 그는 할 만큼 했다는 평을 듣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10만 원짜리 상품권 한 장 받은 적이 없어요.” 시민시장으로서 그의 강점인 깨끗한 이미지도 그대로 잘 유지해 온 것 같다.
그럼에도 그와 더불어 민선 6기 광주시정에 대한 평가는 유달리 박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뒤치다꺼리만 하다 보니 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얼크러진 것을 풀어서 가닥을 잡고, 앞선 전임이 무리하게 저질러 놓아 삐거덕거리는 사업을 반듯이 바로 잡는 데 매달리다 보니, 생색나는 사업이 있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이유는 ‘민주 시장’답게 관변단체 등 시정과 관련된 기득권 세력들에 대한 특별대우를 과감히 생략한 데 있다. 새로운 시장이 오면서 그동안에 받던 여러 가지 특혜가 한순간 사라지니, 그들이 서운한 감정을 갖지 않을 리 없고 말들을 좋게 해 줄 턱이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 시장에 대한 평가를 좀먹는 것은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시장 취임 이후 윤 시장은 지지리도 사람 복이 없는 것 같다. 이유야 어떻든 벌써 2년도 안 됐는데 비서실장이나 정무특보가 몇 번이나 갈리기도 했다.
시장이 된 뒤 ‘하루도 발 뻗고 자 본 적이 없다’는 그가 최근 또다시 ‘사람’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세수대) 사무총장 선임 때문이다. 세수대 사무총장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윤석 현 광주 U대회조직위 사무총장이 적임자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윤 시장은 김 총장을 배척한 것으로 알려진다. 광주시는 당초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율을 통해 김 총장을 내정한 뒤 인가를 받고도 인선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윤 시장과 김 총장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김 총장의 처신에도 뭔가 문제가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과 소문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물론 이 정도 큰 대회의 사무총장이라면 적임자가 있을 경우 원수라도 데려다 써야 할 판이라는 점에서, 윤 시장의 포용력을 아쉬워하는 이도 없지 않다.
어찌 됐든 광주시는 이제 후임 사무총장을 골라야 하는데, 처음 정동채 전 의원 등 몇 사람이 거론되더니 최근엔 조영택(65) 전 의원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건 아니다. 조 전 의원은 행정 관료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 인적 네크워크가 부족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조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공천심사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도 천정배 후보에게 패했다.)
국제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스포츠연맹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우선돼야 하며, 스포츠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나이키 등 국제 스포츠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을 대회 스폰서십으로 끌어올 수 있는 경영 능력이 있어야 한다. 조영택 사무총장으로 이게 가능할까?
해외 홍보를 위한 세계체육기자연맹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필수적이다. 더불어 세계수영연맹 수뇌부와 수시로 대면 또는 전화로 계약 조건을 협의하고, 각종 사항을 직접 조율해야 하는 만큼 국제스포츠 행사 관련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이게 조영택 사무총장으로 가능할까?
아무래도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스포츠 마케팅 경험, 개인 간의 인맥을 중시하는 국제 스포츠 연맹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제적인 수영 스타 박태환을 배출한 대한수영연맹과도 긴밀히 협의해 전국적인 인물을 영입해야 할 것이다. 굳이 한물간 전직 국회의원들만 쳐다 볼 필요가 없다. 윤 시장의 결단을 기대한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