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 원류를 찾아서-바이칼] 빙하기 생명의 ‘젖줄’ … 한민족 고대 문화 ‘탯줄’
1만5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
바이칼 일대 200여 종족
표범·사슴 털로 옷 만들고
물범 ‘네르파’로 식량 해결
수 많은 북방민족 발원한 곳
2016년 01월 11일(월) 00:00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수 많은 고대 종족의 생활 터전이었던 러시아 바이칼 호수 알흔 섬 언덕에서 바라본 마을은 혹한 속에서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지난 2015년 12월 23일, 시베리아 남동쪽 러시아 이르쿠츠크 바이칼(Baikal) 호수는 1만5000여년 전 고대 종족의 고단한 겨울 일상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혹한에 얼어붙고 있었다. 영하 44℃에 달하는 추위 속에서 살던 고대 종족은 사슴 털로 옷을 만들어 추위를 견디며 표범과 물고기를 잡아 살아갔다.

최근 바이칼을 ‘우리 고대 문화의 탯줄이 묻힌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곳 일대에 남아 있는 고대 종족들의 문화 원형이 우리의 것과 너무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추측하자면, 아마 이랬을 것이다. 마지막 빙하기는 혹독했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끝없이 가족을 이끌고 이동해야 했다. 풀과 나무를 찾아 동물들이 먼저 이동했을 것이며, 사냥감을 따라 인류도 근거지를 버려야 했다.

생명을 위협했던 가장 치명적인 자연 조건은 역설적으로 문화를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다.

바이칼 일대 고대 종족들은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털을 짜맞춰 옷을 만들기 시작했고, 나무를 엮어 집도 지었다. 8000년 전부터는 동물을 더 잘 잡을 수 있도록 바이칼 인근 까축 암각화지대에 수많은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사냥감을 찾아 수많은 고대 종족이 몰려들었고, 자신의 무리를 지키기 위해 추위를 이기고 식량을 보존하는 법 등을 터득하기 시작했다. 또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벽화를 그리고, 춤을 추며 문화를 만들었다.

수많은 고대 종족이 바이칼 호수 인근으로 모여든 것은 이곳이 빙하기의 낙원이었기 때문이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 종족들은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시아 육지의 4분의 1에 달하는 시베리아, 그곳은 ‘숲의 바다’였기에 사냥감이 많았다.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일대에서는 봄이 되면 표범을 잡을 수 있었고, 물고기는 산란을 위해 인근의 강줄기를 타고 바이칼 호수로 몰려들었다. 표범과 사슴의 가죽과 털은 겨울을 나기 위한 소중한 옷감이었다.

북서쪽의 이르쿠츠크 주와 남동쪽의 부럇트 자치공화국 사이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는 길이 636km, 너비 79km에 달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담수호다. 이는 북아메리카의 오대호를 모두 합한 크기이며, 지구상의 민물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바이칼 호수 일대에는 852개 종과 233개 변종의 조류와 155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다. 이 중 60% 이상이 고유종이다. 바이칼 주변에는 곰과 사슴도 많다.

바이칼 호수의 민물에서 서식하는 물범 ‘네르파’는 일족이 먹기에 충분한 겨울 식량이었다. 이렇게 바이칼 일대에서는 200여 고대 종족이 살았던 것으로 조사된다. 지금도 바이칼 호수에서 무더기로 잡히는 민물고기 ‘오물’(Omul)은 여전히 현지인의 주요 식량원이다.

정설로 통하는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을 보더라도 우리의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바이칼 일대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6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인류는 8만전 아프리카 벗어나 중동, 인도, 동아시아 등지로 이동한다.

이후 5∼6만년전 중앙아시아로 들어가고 일부는 유럽으로 옮겨간다. 또 2∼3만년 전에는 일부는 동부로 일부는 베링해를 거쳐 아메리카로 이동했다.

동아시아로 이동한 고대 인류가 자연스럽게 먹잇감이 많은 바이칼을 거쳐 각지로 흩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민족북방기원설도 이 같은 논리와 축을 같이한다. 1만5000전 마지막 빙하기 직후 시베리아 북방인이 한반도로 이동했다는 이 학설에도 시베리아 바이칼은 중요한 지형적 의미가 있다.

이곳에 흔적이 남아 있는 브럇트족 등 고대 종족과 한민족의 문화가 비슷한 점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 때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각기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문화의 원형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바이칼은 수없이 많은 북방민족이 발원한 곳이며, 한민족 문화 원류의 불씨가 살아 있는 곳이다. 바이칼에 주목하는 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깨닫는 길이다. 또 이를 통해 한민족과 아시아의 문화 원형에 가까워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문제를 풀어야 단군신화 속 단군의 의미는 무엇이며, 곰에서 태어났다는 ‘웅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브럇트와 한민족의 문화가 유사하고, 몽골을 비롯해 바이칼 일대의 숱한 고대 종족과 한민족의 문화가 비슷한 이유도 풀릴 수 있다.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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