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시원’ 바이칼에서 형제를 만나다
2015년 08월 27일(목) 00:00 가가
③ 바이칼 호수
팔순의 미당 서정주가 겨레의 기원을 찾아 바이칼 일대를 여행하고 난 뒤 쓴 시 ‘바이칼 호숫가 돌칼’이다. 시인이 노래한 ‘세계에서 제일 깊고도 맑은’ 바이칼호수가 눈 앞에 열렸다.
‘바이칼’은 타르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으로, 시베리아의 진주·시베리아의 푸른 눈·성스러운 바다 등 수많은 애칭을 지녔다. 호수는 러시아 남동쪽에 위치한 도시 이르쿠츠크와 부랴트자치공화국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수심 1742m, 면적은 3만1500㎢로 세계에서 가장 깊고 큰 담수호다. 광주·전남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남도교육청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는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 알혼섬으로 이어졌다. 이르쿠츠크에서 출발한 버스는 포장된 길과 포장되지 않은 길을 4시간가량 달려 선착장에 멈췄다. 눈 앞에 펼쳐진 짙푸른 바이칼, 저절로 탄성이 흘렀다.
학자들은 이 곳을 한민족의 시원이라 일컫는다. 그들은 아주 먼 옛날 우리 조상이 이 곳에서 터를 잡고 살다가 빙하기가 끝난 뒤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한다. 육당 최남선도 이 곳을 민족문화의 발원지로 꼽았다.
실제 바이칼 인근에 사는 부랴트족의 외모는 우리와 꼭 닮았다. 단군신화와 시베리아 게세르 영웅신화, 선녀와 나무꾼 설화, 부랴트 코리족 기원 설화도 우리나라 설화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바이칼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르게(오색천을 휘감은 나무 조각상)는 우리의 성황당과 장승을 떠올리게 한다.
바이칼은 27개 섬을 품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섬이 알혼섬이다. 선착장 정면에 호수로 둘러싸인 섬이 알혼섬이다.
알혼섬엔 부랴트족의 조상이라 불리는 ‘호리도이 신화’가 전해내려온다. 부랴트판 ‘선녀와 나무꾼’이다.
“하늘에서 목욕하러 내려운 세 마리의 백조가 여자로 환생했다. 그것을 본 사냥꾼은 그녀들의 옷을 감춰 두 여자와 결혼했다. 이후 이들 사이에는 11명의 아들딸이 태어났고, 이들은 11개 부랴트 부족을 이뤘다. 오랜 세월이 지나 두 아내는 사냥꾼에게 옷을 되돌려달라고 애원했고, 사냥꾼은 그 옷을 돌려줬다. 그리고 옷을 받은 두 아내는 다시 백조로 변신해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알혼섬은 칭기스칸 시절 라마교의 탄압을 받은 샤먼들의 은신처였다. 이런 연유로 모든 ‘샤먼의 성지’로 여겨지며, 이 곳에선 매년 세계샤먼축제가 열린다.
배로 10분가량 건너면 알혼섬이다. 선착장에 이른 봉고차 ‘우아직’은 스텝지대(키 50㎝이하의 짧은 풀이 자라는 초원)를 가로지르며 40분간을 달려 후지르마을에 이르렀다. 빨강·파랑·초록·회색 지붕을 얹은 통나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우리네 1960년대 고즈넉한 시골과 흡사했다. 통나무집 사이 골목에는 코뚜레도 없는 소와 개들이 어슬렁거렸다. 섬에는 1500명가량 살고 있고, 이들은 주로 고기잡이와 목축으로 살아간다. 최근엔 관광객이 몰려 관광업이 주 소득원이라고 한다.
바이칼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부르한 언덕 위에 올라섰다.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눈은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었고, 가슴은 한없이 벅차올랐다. 바이칼의 성스러운 기운이 내 몸 깊숙이 파고들었다.
언덕 위엔 하늘의 정기를 받은 세르게 13개가 수호신마냥 서 있다. 아래 바닷가엔 ‘부르한 바위’가 있다. 샤먼들이 신 내림을 받거나 함께 모여 의식을 치르는 장소다. 칭기스칸이 이 곳에 묻혔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언덕 북쪽으로는 아름다운 백사장이 장관인 사라이스키 호변이다. 이 곳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배낭여행족들의 캠핑촌으로 유명하다. 노을이 지는 석양에 해수욕 아닌 호수욕을 즐겼다. 세상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바이칼에서의 호수욕은 러시아로 출발할 때부터 벼르던 것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청량해짐을 느겼다.
마을엔 ‘니키타 하우스’가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거나 노래를 부른다. 열차학교 참가자들은 이 곳 음악홀에서 즉흥 음악회를 열었다.
‘바이칼이 좋아 눌러 앉았다’는 가이드 김규섭 씨는 “알혼섬은 샤머니즘의 성소로 곳곳에 오색천을 매단 세르게가 세워져 있어 저절로 마음이 정갈해진다”며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대자연 앞에 서면 누구나 철학자이자 샤먼이 된다”고 말했다.
/바이칼 알혼섬=박정욱기자 jwpark@
‘바이칼’은 타르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으로, 시베리아의 진주·시베리아의 푸른 눈·성스러운 바다 등 수많은 애칭을 지녔다. 호수는 러시아 남동쪽에 위치한 도시 이르쿠츠크와 부랴트자치공화국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수심 1742m, 면적은 3만1500㎢로 세계에서 가장 깊고 큰 담수호다. 광주·전남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바이칼은 27개 섬을 품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섬이 알혼섬이다. 선착장 정면에 호수로 둘러싸인 섬이 알혼섬이다.
알혼섬엔 부랴트족의 조상이라 불리는 ‘호리도이 신화’가 전해내려온다. 부랴트판 ‘선녀와 나무꾼’이다.
“하늘에서 목욕하러 내려운 세 마리의 백조가 여자로 환생했다. 그것을 본 사냥꾼은 그녀들의 옷을 감춰 두 여자와 결혼했다. 이후 이들 사이에는 11명의 아들딸이 태어났고, 이들은 11개 부랴트 부족을 이뤘다. 오랜 세월이 지나 두 아내는 사냥꾼에게 옷을 되돌려달라고 애원했고, 사냥꾼은 그 옷을 돌려줬다. 그리고 옷을 받은 두 아내는 다시 백조로 변신해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알혼섬은 칭기스칸 시절 라마교의 탄압을 받은 샤먼들의 은신처였다. 이런 연유로 모든 ‘샤먼의 성지’로 여겨지며, 이 곳에선 매년 세계샤먼축제가 열린다.
배로 10분가량 건너면 알혼섬이다. 선착장에 이른 봉고차 ‘우아직’은 스텝지대(키 50㎝이하의 짧은 풀이 자라는 초원)를 가로지르며 40분간을 달려 후지르마을에 이르렀다. 빨강·파랑·초록·회색 지붕을 얹은 통나무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우리네 1960년대 고즈넉한 시골과 흡사했다. 통나무집 사이 골목에는 코뚜레도 없는 소와 개들이 어슬렁거렸다. 섬에는 1500명가량 살고 있고, 이들은 주로 고기잡이와 목축으로 살아간다. 최근엔 관광객이 몰려 관광업이 주 소득원이라고 한다.
바이칼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부르한 언덕 위에 올라섰다. 어디가 호수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눈은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었고, 가슴은 한없이 벅차올랐다. 바이칼의 성스러운 기운이 내 몸 깊숙이 파고들었다.
언덕 위엔 하늘의 정기를 받은 세르게 13개가 수호신마냥 서 있다. 아래 바닷가엔 ‘부르한 바위’가 있다. 샤먼들이 신 내림을 받거나 함께 모여 의식을 치르는 장소다. 칭기스칸이 이 곳에 묻혔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언덕 북쪽으로는 아름다운 백사장이 장관인 사라이스키 호변이다. 이 곳은 전 세계에서 몰려온 배낭여행족들의 캠핑촌으로 유명하다. 노을이 지는 석양에 해수욕 아닌 호수욕을 즐겼다. 세상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바이칼에서의 호수욕은 러시아로 출발할 때부터 벼르던 것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청량해짐을 느겼다.
마을엔 ‘니키타 하우스’가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거나 노래를 부른다. 열차학교 참가자들은 이 곳 음악홀에서 즉흥 음악회를 열었다.
‘바이칼이 좋아 눌러 앉았다’는 가이드 김규섭 씨는 “알혼섬은 샤머니즘의 성소로 곳곳에 오색천을 매단 세르게가 세워져 있어 저절로 마음이 정갈해진다”며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대자연 앞에 서면 누구나 철학자이자 샤먼이 된다”고 말했다.
/바이칼 알혼섬=박정욱기자 jw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