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0주년 함평 출신 함진원 시인 네번째 시집 펴내
2025년 12월 07일(일) 18:00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사회적 슬픔 모티브로 한 시 다수 수록
함진원 시인. <문학들 제공>
일반적으로 시인이 눈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어머니의 마음이 향하는 눈과 일치한다. 아프고 여린 것, 힘들고 넘어지는 것들에 눈이 간다. 약한 존재에 대해 따스한 눈길을 보내고 손을 내미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최근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문학들)을 펴낸 함진원 시인.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은 함 시인은 남모른 아픔을 짊어지고 시를 써왔다. 고관절이 아픈 남편의 수발을 10년 가까이 해오면서도 시를 놓지 않고 ‘목숨처럼’ 붙들고 살아왔다.

그동안 시인은 기린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치유 글쓰기와 책 읽기 독서모임을 펼쳐왔다. 시인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작품집 발간 계기에 대해 그는 “오랜 겨울 같은 시절을 보내며 마음이 많이 쓸쓸했고 허전했다”며 “그러나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삶은 또 하루하루 그렇게 열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집에는 사회적인 슬픔의 현상들을 묵도하며 쓴 작품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며 “내란 사태를 비롯해 ‘채상병 사건’, 비정규직 문제, 보증금을 떼인 청년들의 아픔 등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전략)/ 후회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새털구름으로 가버린 젊은 날/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십이월 찻물 끓이는 소리 좋은 요즘/ 그대 한 모금 나도 한 모금/ 차가 있고 나무 그들과 모란 피는 날 기다리며/ 겨울을 보내요 그리고/ 서로 손을 잡아요”(‘손을 잡아요’ 중에서)

시인이 작품집 전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어쩌면 ‘손을 잡아요’인 것 같다. “혼자 된 혼자가 된 혼자 있을”은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상정한다. 지금 ‘혼자가 된’ 이나 앞으로 ‘혼자 있을’ 존재들을 향한 따스한 손 내밀기는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또한 낮은 곳, 어두운 곳에 유폐된 작은 자들을 위한 다독임이기도 하다.

고재종 시인은 해설에서 “함진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실존적 불안과 우울 그리고 타나토스를 사회정치학적 상상력으로 거뜬히 이겨내며 삶을 다진다”고 평한다.

한편 함평 출신의 함 시인은 조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지역 일간지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가 당선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발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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