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떻게 역사를 기억해 왔나
2025년 11월 21일(금) 00:20 가가
애도하는 음악-제러미 아이클러 지음, 장호연 옮김
추모와 애도의 현장에는 항상 음악이 흐른다.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 ‘님로드’, 쇼팽의 ‘장송곡’ 등이 대표적이다. 음악은 슬픔을 위로하고 안식을 전해주지만 때론 뼛속까지 슬픔을 기억하게하고, 그 역사를 잊지 않도록 각성시키기도 한다.
역사학자이자 음악 비평가인 제러미 아이클러가 쓴 ‘애도하는 음악-음악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은 20세기를 관통한 네 명의 작곡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음악이 슬픔을 어떻게 위로하고, 역사를 기억해왔는지 세심히 살펴본 책이다. 더불어 “비평가의 귀와 역사가의 도구를 활용”하고 부헨발트 수용소 등 역사의 현장을 발로 훑으며 책을 썼기에 흥미로운 역사서로도 읽힌다. 저자는 “음악적 기념물은 작곡가가 기리고자 했던 사건의 기억을 후대에 전하겠지만, 음악이 만들어진 시대를 들여다 보는 창문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불러낸 네 명의 음악가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아르놀트 쇤베르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벤저민 브리튼이다.
“그들이 각각 작곡한 전쟁의 상흔이 묻은 기념물은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며 동시에 우리 시대를 향해서도 고개를 돌려 그 음악이 만들어진 세상을 우리가 일별하도록 도와”주고 더불어 “음악을 통해 알게 되는 삶과 유산, 상실과 희망의 순간을 되찾고 기억하고 다시 불러내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세상의 살인적 모순에 삶이 찢기면서도 이를 기술했던” 발터 벤야민, 테오도어 아도르노, 슈테판 츠바이크 등 문인과 인문학자들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네 명의 작곡가 앞에 놓인 시대적 상황 중 가장 비극적인 일은 1·2차 세계대전이었고, 이 역사적 사건은 다양한 형식의 예술작품으로 형상화됐다.
1941년 나치 지도부는 300만 명의 병력, 3000대의 전차 , 250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소련 침공에 나섰다. 거침없이 영토를 장악해간 독일군은 그해 9월 이틀 동안 3만 3000명 넘는 유대인들을 키이우 외곽의 산골짜기 바비 야르에서 학살한다. 전쟁이 끝난 후 학살의 기억을 숨기려했던 소련 정권은 대학살에 대한 주민들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자 아예 골짜기를 파괴해버림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1961년 시베리아 태생의 젊은 시인이 예브루셴코 현장을 찾은 뒤 시 ‘바비 야르’를 발표하면서 기억은 부활한다. 시에 감명을 받은 쇼스타코비치가 ‘바비 야르’에 곡을 붙여 1악장으로 삼은 ‘교향곡 13번’을 작곡했고 1962년 12월 18일 콘드라신의 지휘로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초연하며 정부의 강압적인 기억상실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저자는 ‘교향곡 13번’이 “소련 역사에 거울을 비춰 신화가 아니라 살아낸 경험으로 보게 함으로써 양심을 자극하는 수단과 기념물의 존재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학살이 일어나고 30년이 지난 1976년에 마침내 현장에 기념비가 세워진다.
책에서는 또 ‘불협화음의 철학자’로 불리는 쇤베르크가 1947년에 작곡한 ‘바르샤바의 생존자’를 통해 참혹한 홀로코스트의 현장을 불러내고 슈트라우스의 걸작 ‘메타모르포젠’,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이야기하며 ‘역사 속의 음악’세계로 안내한다.
<뮤진트리·2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
“그들이 각각 작곡한 전쟁의 상흔이 묻은 기념물은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며 동시에 우리 시대를 향해서도 고개를 돌려 그 음악이 만들어진 세상을 우리가 일별하도록 도와”주고 더불어 “음악을 통해 알게 되는 삶과 유산, 상실과 희망의 순간을 되찾고 기억하고 다시 불러내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세상의 살인적 모순에 삶이 찢기면서도 이를 기술했던” 발터 벤야민, 테오도어 아도르노, 슈테판 츠바이크 등 문인과 인문학자들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1941년 나치 지도부는 300만 명의 병력, 3000대의 전차 , 250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소련 침공에 나섰다. 거침없이 영토를 장악해간 독일군은 그해 9월 이틀 동안 3만 3000명 넘는 유대인들을 키이우 외곽의 산골짜기 바비 야르에서 학살한다. 전쟁이 끝난 후 학살의 기억을 숨기려했던 소련 정권은 대학살에 대한 주민들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자 아예 골짜기를 파괴해버림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1961년 시베리아 태생의 젊은 시인이 예브루셴코 현장을 찾은 뒤 시 ‘바비 야르’를 발표하면서 기억은 부활한다. 시에 감명을 받은 쇼스타코비치가 ‘바비 야르’에 곡을 붙여 1악장으로 삼은 ‘교향곡 13번’을 작곡했고 1962년 12월 18일 콘드라신의 지휘로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초연하며 정부의 강압적인 기억상실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저자는 ‘교향곡 13번’이 “소련 역사에 거울을 비춰 신화가 아니라 살아낸 경험으로 보게 함으로써 양심을 자극하는 수단과 기념물의 존재를 넘어선다”고 말한다. 학살이 일어나고 30년이 지난 1976년에 마침내 현장에 기념비가 세워진다.
책에서는 또 ‘불협화음의 철학자’로 불리는 쇤베르크가 1947년에 작곡한 ‘바르샤바의 생존자’를 통해 참혹한 홀로코스트의 현장을 불러내고 슈트라우스의 걸작 ‘메타모르포젠’, 벤자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이야기하며 ‘역사 속의 음악’세계로 안내한다.
<뮤진트리·2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