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단상과 그곳 사람들 이야기 담아
2025년 10월 20일(월) 17:55
작가인 조안영 국립소록도병원 외과장 수필집 ‘아으, 소록도’ 펴내
“환자와 의사로 만나 친구가 된 한 인물에게 바치는 추도사입니다. 그리고 시나브로 자만에 빠져있던 나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하지요.”

의사인 조안영 의학박사는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장편소설을 펴냈으며, 감사원 모범사례로 선정돼 감사원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남들과는 다른 이력을 가졌다는 것은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최근 조 작가가 소록도에서 근무하며 느꼈던 단상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 ‘아으, 소록도’(하움)를 펴냈다.

조 작가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국립 소록도병원 외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책은 탄식과 회한, 성찰 등 복합적인 심리와 감정이 배어 있다. 의사이기 전, 작가이기 전, 한 인간으로서 소록도를 다층적으로 바라봤다는 의미일 것이다.

책을 발간하게 된 데 대해 그는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표어가 한때는 희망을 줬을지 모르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학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센병이 나았다고, 그들 마음속에 흉터를 모른 척하는 이유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어렵게 마음의 문을 열어 준 친구이자 환자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혼란스럽고 절망적이며 후회스럽고 슬프다”며 “그런 나의 마음을 꾹꾹 눌러놓고 다시 그의 삶과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덧붙였다.

조안영 국립소록도병원 외과장. <광주일보 자료>
그는 의사로서 소록도에 오기 전과 이후의 4년의 시간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배운 것도 많고 깨우친 것도 많은데 그것의 대부분은 이곳의 환자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 깨우침의 시작이 “환자와 의사로 만나 친구가 된 그”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책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소록도 이야기보다 ‘사람’으로서 생존해 온 이들의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실 의사와 관료들을 비롯해 시대상황에 따른 권력의 변화와 같은 소록도를 지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특정한 의도’로 소비된 측면이 있다.

조 작가는 “환자를 위해 했다는 일들, ‘당신들의 천국’이라 약속했던 일들을 반성하고 싶었다”며 “그런 방성들이 없어 관성적으로 관료주의적 의료로 진화되었고 결국 오늘의 의료사태를 촉발한 (공공)의료의 왜곡에 이르렀다는 생각 때문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4년간 공공의료 현장에서 느낀 생각들을 스스로 레펀런스가 돼 문제점과 해결책도 제안했다. 물론 정답일 수는 없다고 전제한다. 조 작가 말대로 “모든 것에 대한 반성이자 회한”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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