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로 ‘집’ 잃은 북구청 어린이집에 나타난 천사들
2025년 09월 11일(목) 19:25
가톨릭 광주사회복지회 오치 카리타스 어린이집, 임시거처 내주고
서산동 성당 주임신부, 신자들과 기부…어린이집 11월 복구 공사

양완 토마스 주임 신부가 원생들에게 선물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북구청 어린이집 제공>

지난 7월과 8월 광주에 쏟아진 비로 북구청 사거리 일대는 마비가 됐다. 도로 위 차량은 꼼짝없이 침수됐고 상가는 물에 잠기고 시민들은 난간을 붙잡고 매달리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북구청 건너편에 있는 북구청 어린이집 원생들은 폭우로 ‘집’을 잃는 어려움에 처했다. 빗물이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사무실과 활동 공간을 사용할 수 없게된 것이다.

이곳은 부모 대부분이 북구청 직원인 직장 어린이집으로, 조부모 외에는 임시보육도 어려워 장소 대여가 시급했다. 상습 침수구역인 어린이집의 지대를 높이는 바닥 공사가 오는 11월 착공에 들어가고, 내년 1월에나 공사가 마무리되는 상황이라 공사 기간 지낼 곳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근 어린이집을 수소문했지만 공간 여력이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러던 찰나에 갈 곳 잃은 원생들을 위한 작은 천사가 나타났다.

가톨릭 광주사회 복지회 오치 카리타스 어린이집 원생들의 배려로 주민 도서관으로 쓰이던 건물의 3층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서산동 성당의 양완 토마스 주임신부가 원생들의 사연을 접하고 신자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기부를 제안하면서 따뜻한 손길이 더해졌다.

서산동 성당 신자들은 2주간 마음을 담아 120만원을 모았고 지난 4일 북구청 어린이집 원생들이 머물고 있는 카리타스 어린이집에 기부했다. 양완 토마스 주임신부는 폭우로 갈 곳 잃은 원생들을 위한 마음이 꼬깃꼬깃한 현금에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는 곡절의 순간마다 어릴 적 나를 도와줬던 어른들을 떠올리며 그 힘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도우며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치카리타스 원생들이 북구청 원생들에게 쓴 따뜻한 메시지 <북구청 어린이집 제공>
수해피해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북구청 원생들은 카리타스 원생들과 잊지 못할 뜨거운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며 낯을 가리던 두 원생들은 무비데이를 통해 영화를 같이 보고, 만들기 활동을 함께 하며 돈독해졌다. 카리타스 원생들은 ‘다음에 같이 놀자’, ‘괜찮아 우리가 도와줄게’ ‘친구들아 사랑해’와 같은 메시지를 손으로 적어 북구청 원생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카리타스 학부모들은 환영의 의미를 담아 100여 명에 달하는 두 어린이집 원생들을 위한 맛있는 간식을 준비했고 정다정 북구청 어린이집 원장도 통닭을 쏘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정 원장은 “하루 중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을 잃은 아이들이 혹여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환영해주고 좋은 기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운 마음”이라며 “비를 피해 이사 왔다고 했을 때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던 카리타스 원생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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