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낚는 인형뽑기, 재미일까 사행일까
2025년 09월 10일(수) 20:35
얼마나 중독성 있길래 빠져드나
충장로에만 최근 수십 곳 들어서
성취감+재미 MZ세대 소비심리 자극
“한번 만 하려다 수만원 씩 쓰고 가요”
지역학교 ‘도박중독 추방의 날’ 앞두고
가정통신문에 사행성 요소 구체적 경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인형뽑기 기계를 움직이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계가 인형을 들어올리는 것을 성공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다른 기계에서는 들어올렸다가 그대로 떨어지자 한숨소리가 들렸다.

최근 인형 뽑기 기계가 청소년들과 젊은층이 자주 찾는 광주 도심 중심가와 대학가 등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인형 뽑기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청도 인형뽑기 기계의 사행성과 중독성에 주목, 최근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도를 요청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10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한 인형뽑기 가게 내부에 인형뽑기 기계들이 화려한 불빛을 내며 작동 중이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1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각 오는 17일 ‘도박중독 추방의 날’을 앞두고 “청소년들이 불법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교육당국은 특히 학생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인형뽑기 기계의 중독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성공 확률과 성취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도박이나 게임 중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형뽑기(크레인 게임)의 경우 ▲무작위성(집게 힘 조절·랜덤 성공) ▲확률 조작(특정 횟수마다 성공) ▲간헐적 보상(때때로만 성공·반복 유도) ▲손실 추격(실패 후 재도전 유도) ▲기술 착각(‘요령’이 있다는 착각 유도) ▲금전 보상(인형 재판매 가능성) ▲감각 자극(음악·불빛 등 물리적 장치) 등에서 사행성 요소를 갖췄다는 게 교육당국 입장이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 인형뽑기 기계를 지나갈 때마다 1000원부터 3만원까지 넣고 인형을 뽑는 청소년들도 눈에 띈다. 일부 젊은층들은 인형 뽑기 기계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방과후 우르르 충장로 인형뽑기 기계 앞으로 모여든 청소년들은 “딱 한번만 하려했다가 몇 만원을 쓰고 가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게 나와야 하니까 계속 돌리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매장에서 자체 ‘토큰’을 구매해 이용하다보니, 현실적인 금전 감각을 갖지 못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인형 뽑기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불빛과 음악도 이용자가 현실 감각을 잃게 만들어 몰입을 유도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소년들은 밤 10시 이후 출입 불가지만 무인으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관리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본어로 ‘찰칵찰칵’이라는 뜻의 ‘가차’에서 유래한 캡슐 뽑기 기계가 늘어선 ‘가차샵’ 도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원하는 상품을 얻을 때까지 반복 구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사회와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사행성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영곤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예방치유팀장은 “인형 뽑기나 가차 게임은 돈을 쓰면서 우연에 기대는 심리를 반복적으로 자극한다. 이런 경험이 많아질수록 도박에도 친숙해지고 중독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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