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씨름한 지 3년, 더 멋진 세상이 열렸어요”
2025년 09월 09일(화) 19:40 가가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교육부장관상 고흥 도성자씨
매주 3회 벌교서 하루 4시간 열공…날 궂을 땐 도보 1시간
수상작 150여편 10월 화순하니움스포츠센터서 특별 전시
매주 3회 벌교서 하루 4시간 열공…날 궂을 땐 도보 1시간
수상작 150여편 10월 화순하니움스포츠센터서 특별 전시
‘3년 동안 학교에 다니다 보니 내 공부도 뻥튀기가 되네 ‘ㄱ’한 자 배우고 나니 ‘가’되고 ‘가’ 한 자 배우고 나니 ‘가지’가 되고 ‘가지’ 하나 배우고 나니 ‘가지가 주렁주렁 열려요’가 되네….’
‘꼬신내’ 나는 뻥튀기같은 공부를 시작하며 인생2막을 살고 있는 도성자(여·68·사진)씨는 최근 교육부가 주최한 ‘2025년 제14회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고상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문해, 세상이 달라보여요’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총 1만5528명이 참가해 단 10명 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도씨의 작품 ‘뻥튀기’는 학습자의 배움에 대한 기쁨과 성취가 생생하게 담겼다는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얻었다.
화순 능주읍에서 태어난 도씨는 3살이 되던 해 어머니를 잃었다. 새엄마와 함께 고흥으로 이사온 뒤에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농사일을 도우며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다. 결혼 후에는 벼농사와 마늘농사를 지으며 하나뿐인 딸을 키워냈다.
어느날 도씨는 마을 어르신들의 “요새 도서관에서 공부 가르친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게됐다. 스쳐 지나가는 대화였을 뿐이지만 어쩐지 공부라는 단어가 가슴에 콕 박혀 잔상처럼 남았다.
글을 쓰고 읽을 줄 몰라 답답하던 찰나였다. 휴대전화는 있지만 문자가 와도 읽지 못했고 능숙하게 답장을 보내지도 못했다. 딸에게는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은 편지 한통 써주지 못해 늘 미안했다.
그 길로 도씨는 벌교 공공도서관에 찾아가 문해학습수업을 신청했다. ‘문자 한통 보내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시작된 공부는 3년간 이어졌다. 일주일에 3번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뤄진 한글 공부는 도씨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가나다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필을 들고 자음 ‘ㄱ’을 쓰고 그 뒤에 모음 ‘ㅏ’를 써서 문자 ‘가’를 배웠죠. 살면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지 않은 탓에 어렵고 답답해 중간에 그만두려했는데 도서관 선생님이 ‘사람은 배워야 한다’며 붙잡아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도씨는 여전히 매주 화·수·목요일이면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벌교로 향한다. 가끔 날씨가 짓궂어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는 날에는 왕복 1시간 거리를 걸어 수업을 들으러 간다.
도씨는 “앞으로 더 열심히 배워서 친구에게 편지 한 통 쓸 수 있을만큼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나와 비슷하게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해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공부를 시작하라고, 더 넓고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한편 도씨의 수상작을 비롯한 150여점의 시화는 오는 10월 화순하니움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2025년 전라남도 평생교육 어울림의 날’ 행사에서 특별 전시된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꼬신내’ 나는 뻥튀기같은 공부를 시작하며 인생2막을 살고 있는 도성자(여·68·사진)씨는 최근 교육부가 주최한 ‘2025년 제14회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고상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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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도씨는 벌교 공공도서관에 찾아가 문해학습수업을 신청했다. ‘문자 한통 보내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시작된 공부는 3년간 이어졌다. 일주일에 3번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뤄진 한글 공부는 도씨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가나다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필을 들고 자음 ‘ㄱ’을 쓰고 그 뒤에 모음 ‘ㅏ’를 써서 문자 ‘가’를 배웠죠. 살면서 제대로 공부를 해보지 않은 탓에 어렵고 답답해 중간에 그만두려했는데 도서관 선생님이 ‘사람은 배워야 한다’며 붙잡아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도씨는 여전히 매주 화·수·목요일이면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고 벌교로 향한다. 가끔 날씨가 짓궂어 오토바이를 타지 못하는 날에는 왕복 1시간 거리를 걸어 수업을 들으러 간다.
도씨는 “앞으로 더 열심히 배워서 친구에게 편지 한 통 쓸 수 있을만큼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나와 비슷하게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해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망설이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공부를 시작하라고, 더 넓고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한편 도씨의 수상작을 비롯한 150여점의 시화는 오는 10월 화순하니움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2025년 전라남도 평생교육 어울림의 날’ 행사에서 특별 전시된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