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문동 뉴스테이 ’19년 표류…‘황량한 올드스테이’로
2025년 09월 08일(월) 21:00
부서진 간판·깨진 유리 뒤엉킨 채 방치…철거 못하고 갈수록 황폐화
광주 토지 소유주들 강제집행에 맞서 대치하다 방화 오인소동 빚어
조합원들 10억 넘는 추가분담금 호소 속 재개발 정당성 의문 제기도

8일 오전 광주시 북구 누문동의 뉴스테이 사업 대상지 일대에서 토지 소유주들에 대한 강제 집행이 실시됐다. 북구 누문동 사업 대상지 전경.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19년째 표류 중인 광주시 북구 누문동 ‘뉴스테이’ 사업과 관련, 법원이 토지 소유주들에 대한 강제 집행에 나섰음에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지 소유주들이 낮은 보상금 등 이유로 강제집행에 맞서 “며칠만 시간을 더 달라”며 대치하다가 방화 오인 신고까지 접수되고, 조합원들도 10억원을 훌쩍 넘긴 추가분담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기존 건물 철거조차 못 하고 거리가 방치되면서 갈수록 황폐화 내지는 슬럼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광주시 북구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북구 누문동 뉴스테이 사업 대상지 일대에서 법원 집행관이 토지 소유주들에 대한 강제 집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소유주인 60대 여성 A씨가 상가 건물에 인화물질을 뿌렸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소동이 일었다. 당시 해당 재개발구역에서 철거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현장에 있던 A씨에게 “위험하니 상가 밖으로 나와 달라”고 요구했고 A씨는 “며칠만 더 시간을 달라”며 대치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집행이 치러진 누문동 일대는 ‘폐허’ 같은 풍경이었다. 오전부터 내린 비에 흙탕물이 고인 골목 바닥엔 낡은 가전제품과 가구, 철거 잔해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골목길은 곳곳에 설치된 휀스와 가림막, 부서진 간판, 깨진 유리창, 문짝만 남은 출입구가 뒤엉켰고 창문 너머로 비치는 상가 내부는 이미 집기와 짐이 다 빠져나가 황량함을 더했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붐볐을 시장 골목도 지금은 ‘출입금지’, ‘이전안내’, ‘철거예정’ 안내문과 천막, 방치된 생활 쓰레기가 곳곳을 뒤덮고 있었다. 전국철거민연합에서 붙인 ‘누문구역 가입자 집 및 가게 스티커’가 붙은 채 아직 영업 중임을 알리는 상가도 일부 남아 있지만 거리는 이미 슬럼가로 변해버린 상황이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누문동 ‘뉴스테이’ 사업이 추진돼 왔다. 광주시 북구 누문동 일원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로 지하 3층에서 지상 46층까지 13개 동, 총 3096세대 규모의 주거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 주택과 상가를 철거한 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단지를 건설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뉴스테이 사업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일반분양 물량을 일괄 매각해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누문동과 금남로 경계 인근까지 10만 6481㎡ 부지에 걸쳐 진행되며, 임대주택 비중이 높고 일부만 일반분양으로 공급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19년이 지난 현재도 토지소유주, 조합원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누문동의 한 상가 주인인 B씨는 “법 절차상 강제집행이 문제 없다는 건 알지만 62평 5층짜리 건물인데 공탁으로 6억원이 걸려있다. 이주 비용과 현실을 생각하면 6억원이 너무 터무니없지 않나. 억울해 끝까지 버티다가, 오늘 결국 이렇게 강제집행을 당하고 말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C씨는 “25년간 장사해 온 유명 맛집임에도 불구하고 강제집행 대상이 되어 하루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며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가게지만 소송 끝에 받은 보상금은 6억 5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2010년 건물을 매입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는 금액이고 양도세와 각종 비용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5억원 남짓”이라며 “이 돈으로는 같은 위치에 건물을 다시 마련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 사업의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회사가 선정되지도 않았고, 실제로 아파트가 지어질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민들만 내쫓고 있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원들도 추가분담금을 14억원까지 내야 할 상황에 몰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홍용 누문구역정상화추진단 대표는 “현재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분담금이 약 14억 원으로 예상된다”며 “대한민국 재개발 사업 역사상 이처럼 높은 분담금은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내 집과 내 땅을 내놓고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적정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 정도 금액은 사업이 잘못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재개발 사업은 원래 주민들이 실익을 얻기 위해 추진하는 것인데 오히려 추가 분담금으로 인해 빚을 지게 생겼다”며 “적정한 보상과 대안 없이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구청 재개발팀 담당자는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세대에 대해서는 수용 재결을 거쳐 소유권이 조합으로 넘어갔다”며 “수용 재결과 명도소송은 각 집마다 시기의 차이가 있어 모든 구역이 일괄적으로 끝난 것은 아니며 수용 재결이 끝난 집에 대해서만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이 진행돼 강제 집행에 대한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주민들이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추가 분담금 14억 원 발생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조합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조합이 관리처분 변경인가를 접수하지 않아 구체적인 분담금 규모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문동 재개발 사업은 지난 2006년 추진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1년 조합이 설립됐으며 19년째 추진해왔지만 높은 추가분담금과 미진한 보상 협의, 절차적 문제로 지연돼 입주예정일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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