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갯벌 생물 백과사전
2025년 08월 08일(금) 00:00 가가
우리는 갯벌에 산다-김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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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갯벌에 산다’는 갯벌에서 건져 올린 바다 생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진은 매생이 채취 모습. <이글루 제공> |
‘섬살이, 섬밥상’, ‘바닷마을 인문학’, ‘나는 갯벌의 다정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등 섬과 갯벌의 가치에 관한 글을 지속적으로 써 오고 있는 저자의 글은 무엇보다 현장감이 독보적이다. 수십년간 발품을 판 결과물들은 책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고, 특히 지금은 사라져 버린 현장들을 기록한 사진과 인터뷰 등을 통해 아카이빙 역할도 충실히 한다.
책은 우리에게 친숙하거나 낯선 갯벌 생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갯벌의 역사와 문화, 갯벌과 동고동락해온 어민들의 삶, 감칠맛 나는 갯벌 음식, 생태계와 기후변화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정약전의 ‘자산어보’, 서유구의 ‘난호어목지’, 김려의 ‘우해이어보’ 등 각종 문헌을 통해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생물이 살아가는 갯벌, 생생한 어민들의 삶의 모습을 써내려갔다.
‘갯벌은 삶이다’, ‘갯벌은 단단하다’ 등 모두 4부로 구성된 책에는 어촌의 곳간을 책임져온 바지락, 갯벌을 지키는 토종의 맛 매생이, 바다의 쌀 우뭇가사리, 조선의 왕도 탐한 꽃게, 망둑어, 전복, 홍합 등 다양한 생물의 이야기가 실렸다. 낯선 생물도 눈에 띈다. 마치 외계인을 닮은 듯한 바닷물고기 개소겡(전라도 사투리로는 대갱이), 고무를 썰어놓은 듯한 모양새의 연체 동물 군소, 칼국수나 파스타에도 사용되는 조개류 동죽 등이다.
매생잇국, 가리맛 조개 무침, 멍게와 꼬막 비빔밥, 서해안의 별미 백합죽 등 각 글의 마지막에 실린 음식 이야기는 입맛을 다시게 한다. 격식을 갖춘 상차림도 좋지만, 현지 주민들이 늘 먹던대로 내놓은 소박한 밥상은 더욱 정감있게 다가온다.
갯벌은 “어촌의 얼굴이자 어촌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는 저자는 “다양한 생물의 공동체인 갯벌에서 인간과 갯벌 생물과 물새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인간의 시선이 아니라 갯벌 생물의 하나로서 갯벌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글루·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