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막아낸 야당 수장 ‘빛의 혁명’ 타고 대권 잡다
2025년 06월 04일(수) 05:50
이재명 대통령 승리 요인
“12·3 내란 투표로 종식” 호소…실용 이미지로 중도층 공략

더불어민주당 윤여준,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개표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개막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0.73%포인트차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재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윤석열 정권이 촉발한 12·3계엄과 내란에 따른 심판론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심판을 요구해온 민심에 호응해 “투표로 내란을 종식해달라”고 호소한 간절함이 주효했다. 실용·민생 이미지를 집중부각하고 탈이념·탈진영 행보도 가속화하며 중도층을 적극 공략한 점도 표심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빛의혁명=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빛의 혁명’은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낸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 선포는 국민들에게 과거 군부정권의 게엄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켰다. 과거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던 촛불혁명에 이어 또다시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번엔 빛의 혁명으로 심판했다. 내란 심판론은 선거 전부터 21대 대선의 화두로 떠올랐고 이재명 후보는 자신을 내란 종식의 적임자로 자처하며 일찍이 대세를 굳혔다. 빛의혁명은 내란 세력에 대한 심판자로 이재명을 선택했다.

◇경험치 쌓인 두번째 대선=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한 뒤, 재도전에 나서면서 첫 출마에 나선 다른 후보들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3년 전 대선에서의 패배 경험은 이번 대선에서 큰 도움이 됐다. TV토론이나 기자회견, 거리유세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전하는 메시지는 막힘이 없었고 명확했다. 20대 대선 때보다 더욱 거대해진 초대형 선거캠프를 구성해 치밀하고 꼼꼼한 선거 전략으로 대세론을 굳혀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공약도 지역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촘촘한 내용으로 짜여졌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다시 완벽하게 당권을 장악해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내 잡음 없이 원팀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2년 빠른 조기대선=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조기대선은 운명적인 선거라 할 수 있다. 사법리스크로 윤석열 정권의 내란소요가 없었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빛의혁명으로 윤석열 정부가 막을 내리면서 야당의 당대표인 이재명은 다시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듭났다. 21대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급박하게 진행된 것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타 후보들의 준비 시간은 부족할 수 밖에 없었고, 조기 대선의 빌미를 제공한 국민의힘의 경우 대선 후보를 내는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하면서 사실상 자멸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나경원 의원 등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자구도와 혁신당의 지지=이번 대선은 원내 정당 3곳과 원외지만 전통 지지기반을 갖춘 정당(민주노동당) 1곳이 선거를 완주하면서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도 순조로운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특히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끝내 단일화에 이르지 못하면서 이재명 대세론에도 힘이 실렸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1대 1 가상대결 시 모든 후보를 앞섰지만, 범보수 간 단일화와 막판 보숙 결집이 변수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를 위해 추진했던 ‘보수 빅텐트’론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이 보수 지지층엔 실망감을 안긴반면, 중도층을 이재명 대통령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도 조국혁신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것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게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거야(巨野) 당 대표…제 1주자=원내 1당의 대선 주자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국회의원 수 과반 이상을 보유한 정당의 당대표로, 각종 선거를 치러본 경험을 축적한 당원들이 힘을 보탤 수 있었다. 이재명 선대위 캠프가 선거기간 보여준 유튜브, SNS 등을 활용한 선거 운동은 타 후보를 앞섰다. 특히 각 분아별 전문가들이 포진하면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선거 전략으로 유세에 나서면서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계엄 정당을 물리친 제 1야당의 수장이라는 점도 국민적인 안정감에 보탬이 됐다.

/특별취재단=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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