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 이중섭 소설가
2025년 03월 27일(목) 00:00 가가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 무조건은 아니지만 일단 친절이 기본이다. 하지만 주인도 사람인지라 상대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다반사다. 특히 후덥지근한 날에는 더욱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요즘처럼 바람이 세차고 전국에서 산불이 범람하는 날에는 더욱더 그렇다.
가게에 앉아 있었다. 한 여자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마른기침이 터져 나왔다.
“아니 문 열자마자 기침을 하면 어쩌자는 거여?”
오십 초반쯤 되는 여자다. 들어오자마자 강력한 안면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당황해서인지 계속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계산대에서 일어나 수돗가로 자리를 옮긴다. 그래도 기침이 계속 터진다.
“내가 가는 가게마다 똑같이 기침을 하면 누구 모를 줄 아는가 봐?”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지. 머리를 짜내는 순간에도 기침은 계속 터져 나온다.
“각본을 짜려면 좀 그럴듯하게 짜야지. 똑같이 행동하면 누가 눈치를 못 채겠어, 참말로.”
아이고 머리 아픈 사람이구나. 음모론자구나. 공무원 수험생들이 많은 동네라 민감한 성격인 사람들이 많다. 다시 한번 봐도 수험생은 아니다. 차츰 기침이 잦아지는데 반대로 화가 나기 시작한다. 가드를 올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자의 눈치를 살핀다. 잽을 날릴 준비를 한 채 역습의 기회를 찾는다. 여자는 펜 매대 앞에서 서더니 한참 문구를 들여다본다.
“샤프가 어디 있어요?”
말투가 이제는 막무가내다.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는다. 주인은 안중에도 없다. 어이없어 살짝 여자를 째려본다. 없어요! 꽥 소리를 치려다 꿀꺽 침을 삼킨다. 샤프가 있는 펜꽂이를 알려준다.
“0.7밀리 샤프가 어디 있어요?”
나는 끙, 하며 여자가 서 있는 곳으로 나가 0.7밀리 샤프를 가리킨다. 0.7밀리 샤프는 종류도 많지 않다.
“왜 샤프를 이렇게 정리해 놓았어요. 정말 어지럽게 꽂아 놓았네. 아니 기분도 좋지 않은데 어째 샤프까지 이렇게 분류해 놓았어요?”
뭐 이런 싹수없는 사람이 있나, 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다시 한번 꿀꺽, 침을 삼킨다.
“샤프는 밀리미터로 구분하지 않고 제조사 별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목구멍에서는 어디 문구 가게가 샤프를 밀리미터 별로 꽂아 놓는지 알려달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 어찌 이렇게 샤프를 정리해 놓았나. 짜증나게.”
무언가 여자의 마음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그런데 여자가 말할 때마다 나도 짜증이 난다. 다시 얼굴 앞에 가드를 올리고 좌우 스텝을 밟으며 상대에게 스트레이트를 날릴 기회를 노린다.
“여자 사장님은 어디 갔어요? 전에는 여자분이 항상 보던데….”
네가 알아서 뭐 하려고? 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그렁댄다.
“일이 있어 제가 대신 가게를 봅니다.”
여자가 내 얼굴을 한번 힐끗 스쳐본다. 울긋불긋 화가 난 내 얼굴을 보았는지 눈을 내리깐다. 나는 언제든지 한판 뜰 기회를 벼르며 가볍게 스텝을 밟는다.
여자가 0.5밀리 샤프와 샤프심을 계산대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1300원. 내 머릿속에서는 겨우 이것 사면서 그 난리를 치느냐며 꽥 소리치고 싶다. 뭔가 속에서 부아가 끓는다. 이것을 팔려고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하는 마음과 그래도 참아야 한다는 묘한 불만이 머리를 휘감는다. 여자가 계산하고 가게를 나가려 문을 연다. 그래, 어서 가라. 나도 잘 참았다. 한바탕 퍼부었으면 또 며칠 동안 후회하며 자책감에 빠지겠지. 그때 여자가 고개를 반쯤 돌리며 나에게 한마디 내뱉는다.
“교회 다니세요! 앞으로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거요!”
여자는 안전핀을 제거한 최루탄을 가게 안에 굴려 넣는다. 나는 멍한 상태로 최루탄처럼 매운 세상을 바라본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스탠딩 다운이다.
“아니 문 열자마자 기침을 하면 어쩌자는 거여?”
오십 초반쯤 되는 여자다. 들어오자마자 강력한 안면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당황해서인지 계속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계산대에서 일어나 수돗가로 자리를 옮긴다. 그래도 기침이 계속 터진다.
“내가 가는 가게마다 똑같이 기침을 하면 누구 모를 줄 아는가 봐?”
“각본을 짜려면 좀 그럴듯하게 짜야지. 똑같이 행동하면 누가 눈치를 못 채겠어, 참말로.”
아이고 머리 아픈 사람이구나. 음모론자구나. 공무원 수험생들이 많은 동네라 민감한 성격인 사람들이 많다. 다시 한번 봐도 수험생은 아니다. 차츰 기침이 잦아지는데 반대로 화가 나기 시작한다. 가드를 올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자의 눈치를 살핀다. 잽을 날릴 준비를 한 채 역습의 기회를 찾는다. 여자는 펜 매대 앞에서 서더니 한참 문구를 들여다본다.
말투가 이제는 막무가내다.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는다. 주인은 안중에도 없다. 어이없어 살짝 여자를 째려본다. 없어요! 꽥 소리를 치려다 꿀꺽 침을 삼킨다. 샤프가 있는 펜꽂이를 알려준다.
“0.7밀리 샤프가 어디 있어요?”
나는 끙, 하며 여자가 서 있는 곳으로 나가 0.7밀리 샤프를 가리킨다. 0.7밀리 샤프는 종류도 많지 않다.
“왜 샤프를 이렇게 정리해 놓았어요. 정말 어지럽게 꽂아 놓았네. 아니 기분도 좋지 않은데 어째 샤프까지 이렇게 분류해 놓았어요?”
뭐 이런 싹수없는 사람이 있나, 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다시 한번 꿀꺽, 침을 삼킨다.
“샤프는 밀리미터로 구분하지 않고 제조사 별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목구멍에서는 어디 문구 가게가 샤프를 밀리미터 별로 꽂아 놓는지 알려달라고 소리치고 싶다.
“아, 어찌 이렇게 샤프를 정리해 놓았나. 짜증나게.”
무언가 여자의 마음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그런데 여자가 말할 때마다 나도 짜증이 난다. 다시 얼굴 앞에 가드를 올리고 좌우 스텝을 밟으며 상대에게 스트레이트를 날릴 기회를 노린다.
“여자 사장님은 어디 갔어요? 전에는 여자분이 항상 보던데….”
네가 알아서 뭐 하려고? 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그렁댄다.
“일이 있어 제가 대신 가게를 봅니다.”
여자가 내 얼굴을 한번 힐끗 스쳐본다. 울긋불긋 화가 난 내 얼굴을 보았는지 눈을 내리깐다. 나는 언제든지 한판 뜰 기회를 벼르며 가볍게 스텝을 밟는다.
여자가 0.5밀리 샤프와 샤프심을 계산대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1300원. 내 머릿속에서는 겨우 이것 사면서 그 난리를 치느냐며 꽥 소리치고 싶다. 뭔가 속에서 부아가 끓는다. 이것을 팔려고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하는 마음과 그래도 참아야 한다는 묘한 불만이 머리를 휘감는다. 여자가 계산하고 가게를 나가려 문을 연다. 그래, 어서 가라. 나도 잘 참았다. 한바탕 퍼부었으면 또 며칠 동안 후회하며 자책감에 빠지겠지. 그때 여자가 고개를 반쯤 돌리며 나에게 한마디 내뱉는다.
“교회 다니세요! 앞으로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거요!”
여자는 안전핀을 제거한 최루탄을 가게 안에 굴려 넣는다. 나는 멍한 상태로 최루탄처럼 매운 세상을 바라본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스탠딩 다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