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 계획 추진… 경제대국 ‘한강의 기적’ 이끌다
2025년 03월 20일(목) 20:26
‘대한민국 경제 도약의 주역’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 10주기
1950년대 부흥부 장관 등 경제부처 수장 맡아 국가 경제 기반 다져
“공업에 집중 투자” 소신…비료공장·수력발전소·디젤차 도입 성과
헌신적 삶과 품격있는 리더십 … 효성과 HS효성 경영철학의 ‘뿌리’

이승만 정부 각료 시절 송인상(오른쪽에서 8번째 프란체스카 여사 뒤) 전 재무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전 효성그룹 고문)은 대한민국 경제 도약의 주역이자 ‘재계의 신사’, 건국 1세대 마지막 산증인으로 통한다.

송 전 장관은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초석인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추진해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었다. 재무부 이재국장과 한국은행 부총재를 거쳐 1957년 부흥부(전 경제기획원) 장관과 1959년 재무부 장관 등 주요 경제부처의 수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재무부 장관으로서 건국 이후 처음으로 흑자재정을 달성하는 등 국가 경제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인상(오른쪽 두번째) 전 재무부 장관이 정주영 회장 등 전경련 회장단 함께 만찬 후 담소를 나누고 있다.
◇1950년대 경제·재정 정책 입안한 경제통=그는 부흥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으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경제개발 계획인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발전 계승돼 대한민국 발전을 대표하는 경제정책이 됐다. 송 전 장관은 농업보다도 공업에 투자해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충주 비료공장과 수력발전소, 디젤기관차 도입 등을 대표적으로 추진했다. 재무부 장관 시절에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흑자재정을 달성했고, 1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확충하기도 했다. 공무원 공채가 시작된 것도 송 전 장관의 재임 시절이다.

송 전 장관은 한국은행 부총재로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경제적 불안정을 방지하고 한국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특히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성장과 안정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행 부총재 시절 우리나라의 IMF와 IBRD 가입을 이끌었다.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명예회장은 “그는 성실하고 이타적인 삶의 자세와 국가와 민족을 위한 헌신으로 ‘재계의 신사’로 불리며 수많은 경제인들에게 사표가 돼 주신 분”이라며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며 세계 경제에 기적을 아로새긴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 13위 경제 대국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송 전 장관을 평가했다.

HS효성 룩셈부르크 법인에서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S효성 룩셈부르크 공장은 HS효성첨단 소재 글로벌 1위 제품인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유럽내 거점 공장이다. <HS효성 제공>
◇외교 정책에도 큰 족적=송 전 장관은 1974년 주EC(유럽 연합) 대사로 부임해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과 경제적 교류의 물꼬를 트고 확대했다. 특히 한국의 수출을 3억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늘리는 등 외교에서도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경제 외교를 통해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관계는 꾸준히 유지됐다. 이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2006년과 2010년에 룩셈부르크 타이어코드 공장 인수를 주도하며 룩셈부르크 법인을 HS효성첨단소재의 글로벌 NO.1 타이어코드 생산거점으로 만들었다.

이는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 인연으로 조 부회장은 2011년, 2014년에 이어 2022년에도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기욤 장 조세프 마리(Guillaume Jean Joseph Marie) 룩셈부르크 대공세자와 만찬을 갖는 등 룩셈부르크 왕실과의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또한 조 부회장은 2018년, 2023년 그리고 2024년에도 한국을 찾은 룩셈부르크 그자비에 베텔 (Xavier Bettel) 총리와 면담을 가지고 룩셈부르크 사업 지원 및 협력 관계를 논의한 바 있다.

◇능률협회 위상 높여=송 전 장관은 한국능률협회에서 20여년간 활동하며 기업 효율성 증대·산업 인재 육성에 힘써왔다. 협회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관리 효율성 증대를 위해 여러 교육을 하는 기관으로, 송 전 장관은 협회의 회장직을 맡으며 능률적인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송 전 장관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중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의 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산업 인재 양성에 대한 기여도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초대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지냈던 송 전 장관은 주요 경제부처의 수장을 역임하며 한국 경제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0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고 2018년 2월에는 이달의 현충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능률협회는 송 전 장관의 뒤를 이어서 동력자원부 장관 및 상공부 장관을 역임한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이 회장직을 맡아서 그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

송인상(왼쪽) 전 장관이 2007년 국가 수반급에 수여하는 국제 로타리 영예상을 수상하고 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의 인연=송 전 장관은 제14대 국무총리를 지낸 남덕우 전 총리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1951년 남 전 총리는 부산에서 한국은행 입행 시험을 치렀고, 송 전 장관은 당시 한국은행 부총재로서 구술시험관을 맡았다. 남 전 총리는 전시 중의 상황에서 FOB(무역 용어) 질문에 대해 “Fight on battle”(전장의 전투)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송 전 장관과 남 전 총리는 한국은행 행사에서 다시 만났고 송 전 장관은 나이가 많아 주빈석에 앉게 됐다.

◇효성에 뿌리내린 민간 외교 활동=송 전 장관은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장인이자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외조부로, 그의 헌신적인 삶과 품격 있는 리더십은 이들의 경영 철학에도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현상 부회장은 외조부인 송인상 회장의 외교 활동과 부친인 조석래 회장의 민간 외교 활동을 이어받아 지난해부터 기업인자문위원회(ABAC·APEC Business Advisory Council) 의장을 맡으며 민간 외교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한편, 송인상 전 장관의 10주기 추도식은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한국능률협회 주관으로 열린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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