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전주올림픽, 유치 성공 넘어 대회 성공으로 - 배미경 더킹핀 대표이사, 전 대한체육회 국제위원
2025년 03월 13일(목) 21:30
올림픽을 유치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수상이 직접 국가적인 역량을 결집하여 유치전에 나서더라도 재수, 삼수를 감내하는 도시를 쉽게 볼 수 있다. 2018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강원도 평창의 경우 10년 이상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삼수 끝에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내지 않았던가. 그만큼 올림픽 유치가 쉽지 않다는 증거다.

최근 전라북도가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 선정을 위한 대한체육회의 대의원총회에서 대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처럼 보였던 서울시를 49대 11의 압도적 격차로 이겼다. 충분히 환희를 느끼고, 축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이제 겨우 2036 하계올림픽 개최권 확보로 가는 문턱을 넘었을 뿐이다. 이제 본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본선으로 가는 길은 고행의 연속일 것이다. 올림픽의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유치 성공 그 너머를 보아야 한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면서도 전라북도의 실익을 확보하는 성공대회가 되기 위해서는 전라북도가 보여줄 올림픽의 비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내야 한다. 경기장, 선수촌, 대회 운영조직과 재정, 인력, 선수단의 수송, 숙박, 식음료, 의전, 개·폐막식, 방송미디어, 마케팅홍보, 대회 안전 등 올림픽의 필수적 운영 요소들에 대한 전라북도만의 개성 있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대회 유치 성공에만 매몰되지 말고 시야를 넓혀 올림픽 대회 개최의 성공까지를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잼버리의 오명을 떨쳐버리고, 올림픽 유치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

필자는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2019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그리고 2027 충청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3차례의 국제 스포츠대회 개최권 유치경쟁에 참여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국제스포츠대회의 유치 성패는 첫째 정보력, 둘째 대회 유치의 전문성과 경험, 셋째 네트워크와 소통에 좌우된다.

첫째, 정보력은 IOC 내부 양질의 정보 확보다. 유치는 경쟁이므로 먼저 게임의 규칙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오는 3월 20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144차 IOC 총회에서 예정된 새 IOC 위원장 선거는 게임의 규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변수이다. 현재 미래유치위원회(Future Host Commission)가 주도해 타켓 도시와 지속 대화방식을 거쳐 IOC 총회에서 차기 개최도시를 인준받는 방식에서 IOC 위원 개별 투표방식으로 회귀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보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 IOC 내부의 정보를 민감하게 체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내부적인 소통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2036 올림픽의 경쟁 구도를 정확히 파악해 실효성 높은 전략을 세우려면 내부 도움이 필요하다. IOC를 잘 알고 있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체육회의 공식적인 소통망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전라북도의 올림픽 비전과 유치 명분을 매우 기술적이고, 전문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왜 전라북도인가’에 대해 IOC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비수도권 연대전략은 국내 후보 도시 결정전에서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명분은 한 번도 올림픽 개최 기회를 가져본 적 없는 아프리카의 어느 도시가 경쟁에 참전할 경우에는 더 이상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없다. 본선 유효성의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국제적인 입찰 경쟁인 만큼 기술적으로 완벽해야 하고, 상대 후보 도시도 동의할 만한 전문성을 갖춘 유치계획을 수립하고 명분을 갖추어야 한다. 전라북도와 IOC의 평판을 높일 수 있는 윈윈전략, 서로의 명분과 당위성을 충족시킬 만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국제스포츠대회의 관점에서 대회 운영에 필요한 요소를 전문성 있게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라북도의 특별한 감동 스토리를 더해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와 소통이다. IOC 조직 내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면 국제스포츠계의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들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현재 7명의 IOC 위원장 후보들과 집중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세계체육기자연맹(AIPS)을 비롯한 언론의 후방지원 확보 등도 필요하다. IOC 내부의 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반영할 수 있는 포커스 인터뷰나 대화적 접근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지방 도시가 감히 넘보지 못했던 올림픽 개최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전라북도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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