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감수성과 지속가능한 물 관리 - 기남연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본부 전남중부권지사장
2025년 02월 26일(수) 00:00
‘기후 감수성(Climate Sensitivity)’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올해 트렌드코리아가 선정한 신조어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소비와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려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변화가 일상을 위협할 수준까지 이르렀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사회 곳곳에 깊어졌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는 가장 중대한 도전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물에 대한 고민이 자리한다. 지구온난화는 물의 순환에 변화를 촉발했고 예측 불가능한 강수량 변화와 수자원 부족, 수질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후변화로부터 일상의 안전을 지키려면 지속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전남중부권지사는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핵심 과제로 수행하고 있다. 주암댐을 취수원으로 하는 주암댐계통 광역상수도와 영산호를 취수원으로 하는 대불계통 공업용수도를 관리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주암댐에서는 일 평균 33만2000 톤의 물을 취수하여 193km에 달하는 관로를 통해 전남의 6개 지자체(광주·목포·나주·화순·함평·영광)로 전달한다. 해당 지역 전체 인구 중 34%인 65만여 명이 이 물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일상을 누린다. 또한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 등에는 일 평균 1만3000 톤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며 지역 경제와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의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 감수성을 반영한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 구축은 대표적인 노력 중 하나다. 이는 수질과 수량 등 다양한 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을 빠르게 발견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돕는다.

수질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국제 수준의 고품질 수돗물 생산을 위해 2012년부터 글로벌 수질기준을 도입하였고 취수원 수질 악화와 수돗물에 대한 사회적 이슈 증가에 따라 그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2021년부터는 냄새 물질과 조류독소 등 5개 대표물질을 선정하여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등 국민이 체감하는 맞춤 수질관리를 위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일도 주요 과제다. 이와 관련 2022년 식품위생 분야 국제표준 기준인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으며 정수장 시설 전반에 식품위생 수준의 관리기준(HACCP)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ESG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물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방울의 물에도 환경과 지역을 살리는 가치를 담고자 한다.

언제부터인가 여름이 길어지고 봄은 사라지고 있다. 막바지 겨울이 끝나면 곧바로 여름이 올 것이라 한다. 계절을 기대하기보다 기후를 걱정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서글픈 일이다. 앞으로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날들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기후 감수성’이 올해의 화두가 된 것에서 희망을 본다.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노력하고 대응하면 기후변화로부터 계절과 일상을 지켜가는 힘은 커질 것이라 믿는다.

전남중부권지사부터 앞장서서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의미를 가진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철학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물 공급을 실현하고 ISO 22000 인증과 ESG 경영을 통해 기후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체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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