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상무선, 광주의 미래에 최선인가 -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
2025년 02월 20일(목) 00:00
광주시는 2023년 말 도시기본계획 2040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광주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으로, 교통·환경·도시 공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립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기본계획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광천상무선 계획이 갑자기 등장했다.

광천상무선은 총사업비 6925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이며 이 중 2770억 원은 광주시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면 충분한 공론화와 철저한 재정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기존 도시 계획에서 언급되지 않았고 비교 가능한 다른 대안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제 광주시는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예산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단순히 공사비만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 운영과 유지·보수까지 감안하면 수십 년간 재정 부담이 이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건설비 상승 가능성만을 이유로 도시철도 건설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판단인지 의문이 든다.

광주시는 이미 도시철도 1호선을 운영하면서 매년 5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호선이 개통되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 광천상무선까지 추가된다면 재정 부담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운영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에서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무임승차 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도시철도는 운영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 구조를 가지기 쉬우며 적자가 발생하면 결국 지방정부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철도 운영에는 유지·보수 인력이 필수적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에 따른 추가적인 교체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도시철도 건설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광주의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반면 서비스업(62.4%)과 제조업(25.6%)이 경제의 중심을 차지한다. 도시철도 공사가 단기적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할 수는 있지만 공사가 끝난 후에는 지속적인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광주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건설 사업이 아니라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육성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광주시는 공공기여금으로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예산을 반드시 도시철도에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예산이 문화·관광·창업 지원 등 미래 산업 육성에 활용된다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예산이 확보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도시철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광주 경제에 더 이로운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도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도시철도를 추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교통망을 개선할 방법이 있다. 서울과 대전은 BRT(간선급행버스) 시스템을 확장하고 신호 우선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하철 수준의 정시성을 확보했다. 생태도시로 유명한 브라질의 쿠리치바는 인구 200만명이지만 지하철 없이도 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는 이미 대자보(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을 제대로 운영한다면 굳이 도시철도를 추가하지 않아도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존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막대한 도시철도 건설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아쉽다. 기존의 교통망 개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대형 인프라 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정책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광천상무선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사업이 아니다. 이는 광주의 재정과 시민들의 삶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다. 운영 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더 효율적인 대안이 없는지, 도시철도가 아닌 방식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지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도시 정책은 신중해야 하고 도시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일수록 더욱 철저한 계획과 분석이 필요하다. 광천상무선이 정말 광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이제라도 냉정하게 평가해볼 때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