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과 부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02월 06일(목) 00:00 가가
수습기자 시절 겪었던 일 중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게 부검 참관이다. 요즘 후배 기자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부검 현장에 들어가는 것은 수습기자 교육 중 하나였다. 부검 참관이 정해졌을 때 무척 긴장했던 생각이 난다. 시신을 해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의외로 담담했고, 현장에서 들렸던 ‘소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다.
부검을 두 번 지켜봤는데 그 중 한 번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매장된 여성의 시신을 다시 파내 부검을 한 것이었다. 딸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던 부모의 끈질긴 요구로 수사가 시작됐고, 고등학교 교사였던 남편에게 혐의가 가면서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었다. 우리나라는 죽은 자의 몸에 다시 칼을 대는 일을 극히 꺼려한다. 그럼에도 가족들이 부검을 받아들였던 건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법의학은 이처럼 부당한 죽음이 없도록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국내 1호 법의학자’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어제 별세했다. 우리나라 법의학의 기초를 세운 선구자로 꼽히는 그는 사인을 밝히는 법의학 감정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예술과 법의학을 접목한 ‘법의학, 예술 작품을 해부하다’ 등을 펴내 사람들에게 법의학을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국내 리메이크가 확정된 일본의 ‘언내추럴’은 법의학자인 주인공이 부자연스러운 죽음의 뒷면에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나가는 미스터리 의학 드라마다. 매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의 눈물나는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주인공은 이렇게 말하며 시신에 메스를 댄다. “세상에 살아있을 때도 못 구했는데, 죽어있는데도 모른척하라고요?” 라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 1000여구가 넘는 시신을 부검한 법의학자 김문영 교수는 지난해 ‘유퀴즈온더 블럭’에 출연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언내추럴’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죽음을 없애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법의학자들을 응원한다.
/mekim@kwangu.co.kr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 1000여구가 넘는 시신을 부검한 법의학자 김문영 교수는 지난해 ‘유퀴즈온더 블럭’에 출연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언내추럴’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죽음을 없애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법의학자들을 응원한다.
/mekim@kwan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