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멍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5년 01월 22일(수) 00:00 가가
요즘 유행하는 ‘~멍’은 인간의 본성인 보는 행위와 관련이 깊다. ‘본다’라는 것은 모든 동물에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일반적으로 동물은 잡아먹기 위해서나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데 이를 뜻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인간의 본다는 개념은 다른 동물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인간의 개념에 다가선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봄(시선)’은 생존과 연결되지만, 다른 동물과는 달리 ‘즐기기’ 위해서도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즐기기 위해 보는 것을 ‘구경’이라 하는 데, 이 점에서 볼 때 인간은 타고난 구경꾼이다. 이는 인간이 단지 구경하기 위해 대단히 많은 자원과 시간을 쏟아붓는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오죽하면 살기 위해 보는 건지, 보기 위해 사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좋지 않게 보는 이도 많다.
보기 위해 사는 것 즉, 구경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을 들 수 있다. 이 역시 인간 내면의 잔인함에 숨은 본성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인데, 불타고 피를 흘리는 것을 즐기는 희열의 발로이지 않나 싶다.
한데 요즘에는 구경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것에 집착하거나 간절하게 바라보는 상황을 표현하는 의미로 ~멍이 사용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하던 것이 바쁜 일상의 현대인들이 모든 것을 잊고, 그저 하염없이 뭔가를 바라보며 힐링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불멍과 물멍에 이어 새멍, 여기에 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바라보는 ‘유물멍’까지 멍의 세계는 끝이 없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 ‘싸움멍’이라는 말이 뜨고 있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 좌우로 나누는 싸움이 극에 달했고, 이 것들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면서 나온 신종 멍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반강제적이며 힐링보다는 스트레스에 가깝다는 점이다. 동물과 동물, 사람과 동물도 아닌 사람과 사람의 싸움을 멍하니 온종일 봐야 하니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그 천박함이 낯이 뜨거울 정도이니 괴로운 현실이다. 재미있는 스포츠도 아니고 이를 언제까지 멍하니 하염없이 봐야 하는 것일까.
/ bigkim@kwangju.co.kr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 ‘싸움멍’이라는 말이 뜨고 있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 좌우로 나누는 싸움이 극에 달했고, 이 것들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면서 나온 신종 멍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반강제적이며 힐링보다는 스트레스에 가깝다는 점이다. 동물과 동물, 사람과 동물도 아닌 사람과 사람의 싸움을 멍하니 온종일 봐야 하니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그 천박함이 낯이 뜨거울 정도이니 괴로운 현실이다. 재미있는 스포츠도 아니고 이를 언제까지 멍하니 하염없이 봐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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