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하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5년 01월 15일(수) 00:00 가가
매년 연말이면 다가올 새해를 앞두고 소비 심리를 전망하는 트렌드가 발표된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김난도 교수가 연구원들과 함께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를 통해서다. 소비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경제, 사회, 문화적 트렌드까지 포괄된다. ‘트렌드 코리아 2009’를 시작으로 ‘트렌드 코리아 2025’까지 17년차를 맞은 이 책은 연말이면 어김없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트렌드 코리아’에는 한 해를 이끌어 갈 10가지 키워드가 제시된다. 사회적, 경제적 변화와 소비자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한 해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되기도 한다. 올해도 역시나 ‘옴니보어’, ‘토핑경제’, ‘그라데이션K’, ‘물성매력’, ‘원포인트업’ 등 낯선 용어들이 등장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키워드가 있었으니. 바로 ‘아보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한 순간보다는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보통의 하루가 뭐 대수로운가 싶지만 비상계엄에 탄핵, 항공기 참사까지 이어진 현실을 마주하니 보통의 하루를 살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아주 보통의 하루들이 모여 행복이 됩니다.” 제목에 이끌려 들어가 본 어느 블로거의 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1월초 일주일간의 일상을 소소하게 적어놓았다. 퇴근길에 군고구마를 사먹었고, 1인 가구임에도 장바구니에 담은 식재료가 어느새 10만원을 훌쩍 넘겼으며, 구내식당에서 먹은 맛있는 점심과 일주일 내내 야근에 시달린 일까지 일상의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인 한 문장에 공감의 하트를 눌러본다. “너무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불행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의, 무난한, 평온한 일상이 주는 힘. 그 힘을 올해도 믿어보기로 한다.”
특별하게 놀랄 일도, 특별하게 슬플 일도, 특별하게 어려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보통의 하루는 누구나 바라는 일상일지 모른다. 2025년 한해는 모두가 보통의 하루하루를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 인사를 건넨다. “아보하 하세요!”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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