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장들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5년 01월 12일(일) 21:30
박종규와 차지철 경호실장은 역대 대통령 호위무사 가운데 유독 주목을 끌었다. 국가원수 경호라는 본연 임무에서 벗어나 대통령의 무한 신임을 토대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두 사람은 1961년 5·16 쿠데타를 일으켰던 박정희 소장의 경호를 맡았다.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1960년 5월18일 사진에 등장한다. 선글라스를 낀 박 장군의 왼쪽이 박종규 소령, 공수특전단 군복을 입고 수류탄을 차고 있는 오른쪽은 차지철 대위다.

무려 10여 년 박정희 대통령을 지켰던 박종규 실장은 항상 권총을 소지해 ‘피스톨 박(朴)’으로 불렸다. 그는 1974년 8·15 문세광 저격사건으로 육영수 영부인이 숨지자 좌천됐다. 박 실장의 후임이 차지철 경호실장이다. 그는 영부인 경호실패를 거울삼아 군과 경찰을 경호에 대거 투입했다. 군과 경찰로 구성된 5개 작전부대를 운용하기 시작한 게 이 무렵이다. 차 실장은 경호업무로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1979년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손목을 맞고 화장실로 도망했다. 대통령을 그 자리에 두고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달아났고, 경호의 기본인 총기 휴대 등 무장도 하지 않았다.

‘전두환의 심복’ 장세동 경호실장은 1981년 취임해 이른바 각하의 심기(心氣) 경호를 내세웠다. 대통령 마음까지 헤아리는 경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편안한 마음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경호철학이다. 대통령 경호실법을 개정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임무도 신설했다. 전두환의 퇴임 이후까지도 챙긴 셈인데, 지금까지 이어지는 퇴임 대통령 경호의 시작이다.

대통령 경호실에서 격하된 경호처를 이끌고 있는 박종준 처장이 특수공무집행 방해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혐의다. 그는 “편법·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확보를 존재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강변했다. 역대 정부에서 나쁜 대통령을 지켰던 경호 책임자들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매우 박하다. 박 처장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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