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피어나는 남바람꽃 잘 돌볼게요”
2025년 01월 02일(목) 19:15 가가
희귀식물 위급종 남바람꽃을 지키는 ‘구례남바람꽃보전위원회’
생태전문가 등 모임 결성…72년만에 재발견된 꽃 ‘알뜰살뜰’
출사객 등 1000여명 몰려 “다른 꽃들과 함께 군락지 만들 것”
생태전문가 등 모임 결성…72년만에 재발견된 꽃 ‘알뜰살뜰’
출사객 등 1000여명 몰려 “다른 꽃들과 함께 군락지 만들 것”
볼처럼 발그레한 색을 띠는 귀엽고 청초한 꽃. 고결하고 단아한 자태를 지녀 ‘천진난만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 남쪽 지역에 피는 바람꽃이라 하여 이름 붙은 ‘남바람꽃’이다. 꽃잎이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이 꽃은 앞면은 흰색, 뒷면은 분홍색으로 뒤태가 더 아름답다고 알려졌다. 남바람꽃은 희귀식물 위급종으로 우리지역에는 구례 문척면 금정리 오봉산 자락에 군락지가 있다.
10여 년 전 남바람꽃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몰리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훼손이 되자 남바람꽃을 아끼는 구례와 광양 주민들이 뭉쳤다. 2019년 우두성 자연생태전문가(위원장), 정연권 야생화전문가, 김인호 사진 작가 겸 시인 등 5명이 모여 ‘구례남바람꽃보전위원회’를 결성했고 현재 20여 명이 회비로 운영 중이다.
“3월말에서 4월초 보통 벚꽃이 지는 시점에 꽃이 피는데 이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약 10~15일 정도로 짧은 시간 볼 수 있어서 사진 기자들 뿐만 아니라 1000여 명의 시민들이 구경하러 와요. 타지역보다 체계적으로 보존이 잘 돼있고 접근하기 쉬워 구례 남바람꽃 서식지가 인기가 많습니다.”
살랑 스쳐가는 바람처럼 피어나 바람과 친숙한 남바람꽃은 구례의 야생화다. 구례 출신 식물학자 박만규 박사가 1942년 최초로 발견했고, 서식지에서 홀연히 사라졌다가 2014년 72년만에 재발견돼 구례 남바람꽃의 존재가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구례, 제주도, 순창, 함안 등에서만 자생하고 있어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구례군은 150평의 땅을 매입해 남바람꽃 서식지를 마련했으며 펜스를 치고 CCTV 촬영 등을 통해 자생지를 보호하고 있다. 회원들은 꽃이 피는 10일 동안 당번을 정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열고 방문객들을 안내한다. 또 시민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개방 일주일 전에 공지하고 작년에 다녀간 사람들에게는 문자로 개방시기를 알려주기도 한다. 회원들은 군락지를 개화시기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관리한다. 최근에도 주변 잡초를 제거했으며 평소에도 풀이 자랄 때마다 예초작업을 벌이고 활동일지를 남긴다.
30여 년간 구례 야생화 농가를 만드는 데 기여한 전 농업기술센터 소장 정연권 씨는 퇴직 후 남는 시간을 남바람꽃을 돌보며 쓰고 있다.
“요즘 남바람꽃과 함께 살다시피 하며 돌보고 있어요. 구례 주민으로서 우리지역 야생화를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무 보상 없이 남바람꽃을 가꾸는 회원들을 보면 참 행복해요. 개체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는 울타리 바깥에 있는 꽃들을 안으로 옮겨 심어 번식작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회원들은 기후위기에 대비해 항상 살피고, 남바람꽃 주변에 핀 다른 꽃들도 함께 가꾸며 건강한 군락지로 만들 계획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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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회원이 찍은 ‘구례 남바람꽃’. |
30여 년간 구례 야생화 농가를 만드는 데 기여한 전 농업기술센터 소장 정연권 씨는 퇴직 후 남는 시간을 남바람꽃을 돌보며 쓰고 있다.
“요즘 남바람꽃과 함께 살다시피 하며 돌보고 있어요. 구례 주민으로서 우리지역 야생화를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무 보상 없이 남바람꽃을 가꾸는 회원들을 보면 참 행복해요. 개체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올해는 울타리 바깥에 있는 꽃들을 안으로 옮겨 심어 번식작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회원들은 기후위기에 대비해 항상 살피고, 남바람꽃 주변에 핀 다른 꽃들도 함께 가꾸며 건강한 군락지로 만들 계획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