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 후 쓸모 되찾은 물건 볼 때 보람 느껴요”
2024년 12월 29일(일) 19:50
리페어카페 ‘수리상점 곰손’ 활동가 모호연씨 광주서 강의
동구 ‘한걸음가게’ 우산 수리 특별 워크숍 진행
재사용·고쳐쓰기 생활화…‘반려공구’ 책도 출간

광주시 동구 충장로 한걸음가게에서 우산수리 워크숍을 진행한 모호연씨.

지난 10월 광주시 동구 자원순환실험실 ‘한걸음가게’에서는 부러진 우산 살대를 수리하는 특별한 워크숍이 열렸다. 참여자들은 고장나 사용하지 못하는 우산을 가져와 고쳤고, 애착 있는 물건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며 뿌듯해했다.

이날 우산 수리 워크숍 강사로 나선 이는 서울 지역 리페어카페 ‘수리상점 곰손’의 활동가 모호연(42)씨. 그는 우산 수리 팀원들과 ‘호우호우’ 브랜드를 만들어 우산을 고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인 우산은 분리배출이 어려워 환경을 위협한다. 한국에서만 1년에 4000만 개 이상이 팔리며 전세계 기준 버려진 우산 금속만 모아도 매년 에펠탑 25개를 쌓을 수 있다. 호우호우팀은 하반기에만 500여 개 우산을 수거, 고쳐서 재판매하거나 공유우산으로 만들었으며 고칠 수 없는 제품을 해체해 우산 부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우산 수리는 자원순환 그 자체인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대학교 법학과 출신으로 방송국 작가로 일했던 수리 수선가 모 씨는 일상의 수리와 수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펴냈다. 손때 묻은 21가지 공구들을 소개한 책 ‘반려공구’에서 작가는 ‘공구는 내 삶의 일부이고, 수리수선을 거쳐 쓸모를 되찾은 물건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제 책을 읽은 사람 중에는 제가 남자인 줄 아는 분이 많아요. ‘공구’는 남성들이 사용한다는 편견이 아직도 깊습니다. 하지만 독립하고 나면 집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제 책임이 되죠. 커튼을 달고, 세면대를 설치하고, 가구를 만드는 일도 제게는 요리나 청소와 다르지 않은 살림의 일부예요.”

처음 살림을 시작할 때 양용(십자·일자) 드라이버, 펜치, 몽키 렌치가 전부였다. 한겨울에 세면대 온수 호스가 고장이 나 직접 교체한 일이 그의 첫 수리였다. 몽키 렌치 하나로 수리에 성공한 후 자신감을 얻었다.

재사용과 고쳐쓰기를 생활화하는 모 씨는 부러진 스탠드 조명의 대를 잘라 단스탠드로 개조하고, 블라우스 끈으로 시계줄을 만들어 쓰고, 낡은 물건을 버릴 때도 부품을 떼어내 보관한 후 수선할 때 유용하게 쓴다.

“물건의 쓸모는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정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물건에는 못자국들이 많지만 미워보이지 않아요. 모두 제 손길과 의도가 담긴 흔적이니까요. 불안과 완벽주의, 강박에 시달렸는데 직접 몸을 움직이고 공구를 사용해 수리수선하는 경험을 통해 제 몸의 쓸모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성공과 실패를 겪지만,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돼요. 어떤 물건이 나에게 오기까지 생략된 과정을 생각하며 결국 사람 사는 일에 대한 해상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덕분에 물건을 못 버려 맥시멀리스트가 됐어요.(웃음)”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모 씨는 구멍난 양말을 기워 신고, 목욕물을 받아 사용했던 어머니와 외할머니로부터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배웠다. 그는 가진 것을 아끼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는 더 많은 물건을 고쳐보고 기술을 습득해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나’에게 무엇이 편한지 고민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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