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과 달력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12월 25일(수) 22:00
며칠 전부터 연말정산을 하는 중이다. 국세청 연말정산 사이트는 다음달 15일 열리니, 세금을 돌려 받는 연말정산을 하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작은 수첩 크기의 책 ‘연말정산’을 구입해 틈틈이 들여다 보며 100개의 질문에 답해보고 있다. 데이오프가 매년 11월 펴내는 ‘연말정산’은 올해 10번째 버전이 나왔다. 동네 책방을 중심으로 판매되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함께 모여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도 열린다.

100가지 질문 중 월별 키워드, 얻은 것, 잃은 것 등은 매년 등장하는 질문이다. 나머지 질문은 해마다 ‘시의성’을 고려해 만든다. 올해 처음 연말정산을 하는지라 쉽게 답을 적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의 플레이 리스트’, ‘올해 _로 여행을 떠났다’처럼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있는 반면 이리 저리 생각이 많아지는 질문도 여럿이다. ‘올해 _에서 실패하고 배우기를 반복했다’, ‘올해 깨진 나의 편견은 _다’, ‘내가 _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줄은 몰랐다’ 등이 그렇다.

자문자답을 하다 보니 책에 적힌 질문뿐 아니라 스스로 만든 새로운 질문도 떠올라 답을 적는 속도는 더 느려진다.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이라 인간 관계든 일이든 매듭을 지어야 할텐데 ‘연말정산’이 꽤 유용한듯 하다. 송년모임과 함께 연말정산 쓰기가 앞으로는 연례행사가 될듯 싶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 해를 정리하는 기회를 갖으면 좋을 것 같다.

새해를 앞두고 달력과 다이어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새해 준비는 ‘일력’을 구매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하루 한 장씩 달력을 넘기며 ‘새로운 날’을 기대하는데 그런 날은 많지 않다. 하지만 똑같아 보이는 날들이, 어쩌면 어제보다 더 힘들지도 모를 오늘이 어우러져 삶은 완성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내년 새해를 맞는 마음이 어느때보다 착잡할 것이다. 괴물 같은 대통령이 저지른 비상 계엄이라는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힘들겠지만 2025년에는 나라도, 우리도 모두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해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2025년의 ‘연말정산’은 행복한 답으로 채워지면 좋겠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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