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새로운 ‘눈’ 갖게 하고 삶 충전하는 소중한 기회”
2024년 12월 23일(월) 19:55
정금선 전 수피아여고 교사, ‘기적의 순례와 여행’ 동구아카데미 강연
오지 트래킹 여행가·자유 배낭여행자…75개국 550개 도시 여행
‘인도 여행의 한 수’ 등 책 편집·출간…“남극 세종기지 가고 싶어”

캐나다 로키 루이스레이크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금선씨. <정금선씨 제공>

나이 오십이 되던 지난 2006년, 두 아들이 모두 대학생이 되자 그는 일을 저질렀다. 엄마로, 아내로, 교사로,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해 스스로 상을 주고 싶었다. ‘혼자서’ 긴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 먹었고, 31일 동안 튀르키예, 그리스, 지중해 문명을 둘러보는 일정을 짰다. 엄마의 여행에 아이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고, 남편에게는 공항에서 전화로 통보(?)했다.

정금선(69) 전 수피아여고 교사는 지금 오지·트래킹 여행가, 자유 배낭여행자로 불린다. 또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기적의 순례와 여행’, ‘인도 여행의 한 수’를 펴낸 여행작가이기도 하다. 글과 사진은 물론이고 디자인, 편집까지 모두 직접 했다. 그가 가족 여행, 교사 연수, 나홀로 여행 등을 통해 지금까지 다녀온 곳은 75개국 550여개 도시에 달한다.

정 씨는 지난 13일 광주 동구청에서 열린 광주동구아카데미 강연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여행의 기쁨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기적의 순례와 여행’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나 로키 트래킹,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 등 31일간에 걸쳐 이뤄진 지난 8월의 여행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넘어 새로운 눈을 갖는 것입니다. 여행은 고생한 나를 토닥토닥해주는 포상이에요. 차에 기름을 넣듯, 삶에 지치고 힘들었을 때 에너지를 재충전해주는 소중한 기회죠. 여행을 가기 위해 운동을 하고, 또 여행을 하며 체력 관리를 합니다. 무엇보다 혼자 여행은 특별한 사유의 시작점이자, 명상의 순간이에요.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집중하고 즐길 일이 있다는 게 뿌듯합니다.”

1979년 수피아아여고에서 가정 과목 교사로 출발, 2018년 퇴직할 때까지 39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항상 외국으로 떠났다. 2011년부터는 아프리카, 남미, 중미 등 나이가 들면 가기 어려운 곳으로 발길을 돌렸고 특히 인도는 한달 간의 여행 등 모두 6번을 다녀올 정도로 마음을 끄는 장소였다.

그를 떠나게 만드는 원동력은 호기심과 열린 마인드다. 이 두가지를 장착하면 언어 문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홀로 자유 배낭여행을 하는 그는 여러나라 사람들이 함께하는 현지 트래킹에 꼭 참여해 소중한 인연도 많이 만났다. 독서는 여행과 함께 그의 삶의 두 축이다. 도시락을 싸 자전거를 타고 중앙도서관에 도착해 책을 읽는 건 그의 일상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이 생기고 나를 자극하는 것들이 있어요. 이 때 책이 큰 도움이 되지요. 여행은 두 발로 걷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삶은 곧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가 여행에 대한 제 좌표입니다. 무엇보다 1년에 50일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해준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비용 문제는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 그의 집에는 에어콘이 없다. 한겨울에도 난방비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일상에서 절약하는 삶을 통해 여행비용을 마련한다.

그는 이름 금선(琴仙)의 뜻을 딴 다음 카페 ‘거문고 선녀’에 자세한 여행 기록을 올리고 있다. 또 판매용 이외에 ‘거문고 선녀의 세계 여행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 러시아 등 27개국을 다룬 소장용 여행서도 15권 제작했다.

그가 앞으로 여행하고 싶은 곳은 남극 세종기지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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