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김치, 고려인의 새로운 ‘뿌리’ 됐어요”
2024년 12월 15일(일) 19:05
광주일보 주최 ‘2024 광주 고려인 백일장’ 열려
‘한글’ ‘김치’ 주제 초중고교생 30여명 솜씨 자랑
글쓰기 능력 향상·다문화 포용력 증진 위해 마련

지난 13일 광주 고려인마을 청소년문화센터에서 ‘2024 광주 고려인 백일장’이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고려인마을 학생들의 모습.

“김치, 김치 붉은빛 사랑/ 입속에 퍼지는 깊은 자랑/ 항아리 속에 숨 쉬는 빛/ 김치가 있어서 행복한 집/ 겨울 와도 두렵지 않아/ 김치와 함께면 봄이 있잖아”(참가작 중에서)

지난 13일 오전 광주 고려인마을 청소년문화센터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광주일보 주최, 고려인마을이 주관하고 KT&G가 후원한 ‘2024 광주 고려인 백일장’ 참가를 위해 광주새날학교, 영천초, 하남초 등에 재학중인 고려인 학생 3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행사는 광주 내 고려인 동포들의 글쓰기 능력 향상과 문화적 다양성 확보, 다문화 사회에 대한 포용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한글’과 우리 대표 음식인 ‘김치’ 중 하나를 소재 삼아 우리말로 작문을 했다.

그 결과 최우수상에는 박 알리나(PAK ALINA), 금상에는 박 카리나(PAK KARINA) 학생이 선정됐다. 이외 은상에 티무르(AWARBAYEV TIMUR), 동상(공동)에 엄루슬라나(EM RUSLANA), 박비카(PAK VIKTORIYA)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 알리나는 러시아와 한국에 대한 식문화 차이와 경험을 글로 풀어냈다. 박 양은 “11살까지 러시아에서 살았을 때 된장국, 국수, 만두 등 한국 음식을 자주 먹었다”며 “그 중에서도 맵고 알싸한 맛으로 늘 밥상에 올랐던 ‘김치’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외할아버지가 일 년에 두 번씩 김장을 담갔지만 한국식 김치와 맛의 차이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 광주로 이민 오게 된 후 김치를 먹어보니 너무 맛있었다”고 덧붙였다.

금상을 받은 박 카리나 양은 한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겼다. 그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어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독학으로 한글을 배웠다”며 “처음에는 러시아와 한국어 문법, 어순 등이 달라 익히는 데 어려웠지만 이제는 긴 문장도 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글을 익힌 뒤로 K-팝이나 드라마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 행복하다는 감상도 실렸다. 다양한 K-콘텐츠를 통해 공부했기에 “한글을 배우는 시간이 다른 나라 언어보다 짧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참가자 중 일부는 글 말미에 한국 밥상과 태극기를 그려넣었으며, 아름다운 시를 써낸 작품도 있었다. 저마다 집중하며 그동안 익혀 온 한국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김치가 매워서 먹기 힘들었다”거나 “한글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어와 음식 등 문화가 이제 새로운 ‘뿌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새날학교 이천영 교장(고려인마을 이사장)은 “앞으로도 우리 말, 음식, 문화에 대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고려인들이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후예’임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독립운동에 헌신한 선조들의 유지를 받들어 월곡동에 정착한 고려인도 우리의 소중한 핏줄이라는 사실을 시민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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