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복원, 5·18 시민군 활동 거점 오롯이 살린다
2024년 11월 20일(수) 21:35
복원추진단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방안 공개…2025년 9월 완공 목표
시민군·계엄군 총기 등 무기 실물 전시하고 회의실 지하 무기고도 복원
지나친 사실적 묘사로 왜곡 악용 우려 속 문화예술 콘텐츠 빈약 지적도

옛전남도청 본관 3층 상황실에 들어설 예정인 시민군 무장 항쟁 관련 전시관 투시도(왼쪽)와 2층 복도에 들어설 예정인 시민궐기대회 관련 전시 투시도.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제공>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활동 거점인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이 항쟁 당시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 복원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하 복원추진단)은 20일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복원사업 전시설계와 제작·설치 방안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지난 9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설명회 이후 구체적인 전시 콘텐츠 구성안이 발표됐다.

도청 회의실 지하에 시민군 무기고를 복원하고 시민군이 자체 회수한 총기뿐 아니라 TNT, 다이너마이트 등 폭약까지 모형으로 전시하기로 했다.

도청 본관 3층에는 시민군과 계엄군이 사용한 총기, 최루탄 등 무기 실물을 전시하고, 시민군이 쓴 ‘궐기문’을 통해 시민군이 총칼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계엄군과 시민군 간 무기 제원의 차이를 보여주고 시민군의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겠다는 계획도 세워졌다.

철거된 상무관 내부 2층 관중석과 아스팔트 바닥, 재건축으로 원형을 잃은 수위실 등은 1980년 당시 모습으로 복원한다.

도경찰국 본관으로 사용됐던 1층에서는 5·18의 역사적 맥락을 돌아보기 위해 10·26 사건, 12·12 군사반란 등 5·18 이전 역사를 패널로 전시할 방침이다. 다만 5·18 가해자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복원추진단은 전했다.

해직 언론인들이 요구한 도청 별관 언론검열관실 복원 여부는 다음달 초에 정해질 예정이다. 현재 복원추진단이 확보한 언론검열관실 관련 사진 등 증거 자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도청 본관 2층 내무국장·새마을상황실에서 국내외 언론 보도 자료를 비교 전시하면서 언론검열 과정도 소개하기로 하고, 도청 별관의 언론검열관실 공간은 비워 두기로 했다. 추후 광주전남언론인협회에서 제시할 사진 등 자료를 토대로 복원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콘텐츠가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에 치중하면 자칫 5·18 왜곡과 폄훼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옛전남도청 본관 2층 복도에 들어설 예정인 시민궐기대회 관련 전시 투시도.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제공>
도청 회의실 지하 폭발물 전시, 도청 본관 총기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군들이 화기로 무장을 하고도 자체적으로 질서와 치안 유지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지만, 한편으로 시민군의 무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줘 5·18 왜곡·폄훼 세력이 ‘5·18 무장폭동설’을 악의적으로 부각하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전시하는데만 치중해 5·18 정신을 미래 세대로 전수하는 매체 역할을 할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설계는 빈약해 장기적인 측면에서 콘텐츠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원추진단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시한 것은 도청 회의실 1층 열린 도서관, 2층 강당뿐이다. 강당은 접이식 의자를 설치해 토론 등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 수준으로만 복원하기로 계획이 짜였다.

임해정 극단 토박이 대표는 “단순히 사건 이해를 돕는 전시만 할 것이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어 5·18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창작과 문화·예술, 공연 등을 위한 전용 공간도 마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최근 한강 작가가 글로써 광주 정신을 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옛 전남도청이라는 장소에 깃든 광주 정신을 예술의 힘으로 끌어올려 관람객이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문화 예술 공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원추진단은 내년 9월 완공을 목표로 복원 공사를 하고 있다. 내년 10월까지 전시물 설치를 마치고 12월 개관할 예정이다.

20일 현재 건설공사 공정률은 현재 34%, 전시콘텐츠 설계 용역 공정률은 10%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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