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 1인 가구, ‘사회적 가족’과 방 탈출하다
2024년 11월 20일(수) 21:30 가가
광주 남구, ‘고독사 위험군’ 90여명 1대 1 매칭 행사
푸른길 걸으며 환경정화 활동도 “외로움 덜어줘 감사”
푸른길 걸으며 환경정화 활동도 “외로움 덜어줘 감사”
“집에서 벗어나 다함께 걸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20일 오후 3시 광주시 남구 주월동 양우내안애 광장이 간만에 북적였다. 홀로 살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1인 가구 지역민들이 오랜만에 방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강한 바람에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이날 광장에는 주민 170여명이 모였다. 고독사 위험군 90여명과 이들과 교류를 이어갈 사회적 가족 90여명 등은 첫만남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이날 현장에서는 광주시 남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40~80세)를 대상으로 ‘함께하는 건강한 방 탈출’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돌봄 부재와 고립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가는 고독사 위험군 주민을 사회적 가족과 1대1로 매칭해 푸른길을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사다.
남구는 1인 가구 전수조사 결과 일주일 동안 한번도 외출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들과 꾸준히 교류할 ‘사회적 가족’을 매칭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오랜만에 만난 이웃의 안부를 묻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반갑게 인사했다.
왕경태(64)씨는 “조금 쌀쌀하긴 해도 어제보다는 덜 춥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기분전환이 된다”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할 기회가 적다보니 처음 보는 사람도 반갑다”고 웃었다.
노란 종량제 봉투를 손에 든 이들은 푸른길을 걸으며 곳곳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1대1로 맺어진 사회적 가족과 손을 맞잡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가족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건강상태와 힘든 점 등을 물었다.
한참 동네의 역사를 설명하던 한 어르신은 “아들이었으면 ‘꼰대’같은 이야기라고 타박했을텐데 잘 들어주니 자식보다 낫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에 사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광주에 거주 중인 이연순(83)씨와 주월2동 명지아파트 통장 이승희(여·49)씨는 서로 딸과 아버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씨는 “2년 전 처음 만난 사이지만 어르신이 친아버지와 닮아 마음이 쓰였다”며 “만날 때마다 안부를 묻고 반찬이나 김장김치를 전하기도 하며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1인 가구 주민들은 경제적 문제보다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고아원에서 자란 후 호흡기 장애 탓에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김기남(63)씨는 “평생을 혼자 살았다. 먹고 사는 건 복지 서비스 덕분에 문제가 아니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무지하게 외롭다”고 한탄했다.
실제 남구가 올해 실시한 고독사 위험가구 전수조사에서 1613명이 ‘지난 2주간 지속적으로 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주 동안 한 번도 외출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340명이었고, ‘지난 1주 동안 다른 사람과 한번도 소통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501명에 달했다.
조사 결과 대상자 1만5078명(응답자 1만2838명) 중 14명이 고위험군, 318명이 중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외출을 꺼려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는 것이 남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남구는 800만원(구비 300만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500만원)의 사업예산을 투입해 이들에게 상생카드 5만원, 백스푸이용권 등 1만5000원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정명은 백운2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장은 “특히 고독사 고위험 가구의 경우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겨 사회적으로 단절된 분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집밖으로 나오도록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행사를 기회로 잠시나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광주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2019년 113명, 2020년 118명, 2021년 111명, 2022년 117명, 지난해 94명으로 집계됐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20일 오후 3시 광주시 남구 주월동 양우내안애 광장이 간만에 북적였다. 홀로 살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1인 가구 지역민들이 오랜만에 방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광주시 남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40~80세)를 대상으로 ‘함께하는 건강한 방 탈출’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돌봄 부재와 고립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가는 고독사 위험군 주민을 사회적 가족과 1대1로 매칭해 푸른길을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사다.
왕경태(64)씨는 “조금 쌀쌀하긴 해도 어제보다는 덜 춥다.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 기분전환이 된다”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할 기회가 적다보니 처음 보는 사람도 반갑다”고 웃었다.
노란 종량제 봉투를 손에 든 이들은 푸른길을 걸으며 곳곳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1대1로 맺어진 사회적 가족과 손을 맞잡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가족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건강상태와 힘든 점 등을 물었다.
한참 동네의 역사를 설명하던 한 어르신은 “아들이었으면 ‘꼰대’같은 이야기라고 타박했을텐데 잘 들어주니 자식보다 낫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에 사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광주에 거주 중인 이연순(83)씨와 주월2동 명지아파트 통장 이승희(여·49)씨는 서로 딸과 아버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씨는 “2년 전 처음 만난 사이지만 어르신이 친아버지와 닮아 마음이 쓰였다”며 “만날 때마다 안부를 묻고 반찬이나 김장김치를 전하기도 하며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1인 가구 주민들은 경제적 문제보다 외로움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고아원에서 자란 후 호흡기 장애 탓에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김기남(63)씨는 “평생을 혼자 살았다. 먹고 사는 건 복지 서비스 덕분에 문제가 아니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무지하게 외롭다”고 한탄했다.
실제 남구가 올해 실시한 고독사 위험가구 전수조사에서 1613명이 ‘지난 2주간 지속적으로 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주 동안 한 번도 외출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340명이었고, ‘지난 1주 동안 다른 사람과 한번도 소통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가 501명에 달했다.
조사 결과 대상자 1만5078명(응답자 1만2838명) 중 14명이 고위험군, 318명이 중위험군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외출을 꺼려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는 것이 남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남구는 800만원(구비 300만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500만원)의 사업예산을 투입해 이들에게 상생카드 5만원, 백스푸이용권 등 1만5000원을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정명은 백운2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장은 “특히 고독사 고위험 가구의 경우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겨 사회적으로 단절된 분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식사를 잘 챙기지 못하고 몸이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집밖으로 나오도록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행사를 기회로 잠시나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광주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2019년 113명, 2020년 118명, 2021년 111명, 2022년 117명, 지난해 94명으로 집계됐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