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붐 타고 농촌 파고든 ‘태양광 사기’
2024년 11월 19일(화) 19:50
지난해까지 광주·전남 2만2601개 태양광 발전 ‘우후죽순’
“계약금 10%만 내면 고수익” 꾀어…570여명 148억 피해
해남 거점 40명 조직 범죄단 활동…총책·바지사장 엄벌

/클립아트코리아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황금알’로 떠오른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해남지역을 거점으로 전국에서 고령의 농민 등을 상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계약금을 빼돌리는 조직 사기 범죄단까지 등장했다. 이들에게 무려 570여명이 당했고 피해금액만 148억원에 달한다.

19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재생에너지 클라우드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광주·전남에 총 2만2601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됐다.

2021년에는 광주·전남에 3498개(광주 219개·전남 3279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신규로 설치됐고, 2022년 2914개(광주 205개,전남 3037개), 지난해 3242개(광주 205개, 전남 3037개)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새롭게 설치됐다.

태양광 시설 설치가 가능한 부지 확보가 비교적 용이한 전남 농촌지역에서 발전시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광주에는 총 1678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섰지만 전남에는 2만 9323개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

사기범들은 태양광 붐에 들떠 있는 전남 등 농촌지역 고령 노인들을 노렸다.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속아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했다.

이들은 ‘계약금의 10%만 지급하면 에너지 관리공단에서 연 1.74%의 금리로 대출을 지원받아 설비를 시공하고 20년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변제하면 된다’고 노인들을 꾀었다. ‘공사비 10%를 내면 90%의 공사대금은 회사에서 부담한다. 발생하는 수익금 일부를 20년간 월 1% 이자로 회사에 상환하면 된다’는 상식밖 조건을 제기하기도 했다.

A(46)씨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이같은 수법으로 전국 농촌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계약금을 가로챘다.

그는 업체를 만들고 직원들을 고용해 각자의 역할을 분담시켜 사기 범행을 지속했다. 이들은 시설 전체 공사비의 10%를 계약금으로 받아 챙기고 공사를 하지 않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들이 환불을 요구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바지사장을 내세워 또다른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기행각을 이어갔다. 피해자만 570여명이고 편취금만 148억원의 규모에 달했다. 조사결과 피해자와 계약한 장소는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허가가 불가능한 지역도 있었다. 이들 업체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시공할 수 있는 면허도 없을 뿐더러 공사 하도급 업체 등과 계약을 체결한 상태도 아니었다.

총책 A씨는 전체 사기범행을 총괄 하면서 직원들을 지휘·감독 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 40여명에 달하는 피의자들에게 조직원 교육과 범죄 수익금을 관리하는 역할 등을 맡겨 피해자들을 협박해 고소 취하를 유도하거나 계약금을 반환해 줄 것처럼 속여 고소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콜센터의 경우 전화상담에게 일명 ‘스크립트’(각본)를 줘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A씨가 부여하는 직책에 따라 실장·팀장·팀원 등 조직원 사이에 위계가 정해지고, 업무지시는 A씨로부터 순차적으로 SNS로 하부조직원에게 순차적으로 전달됐다. 전화상담원이 계약체결에 성공하면 팀장에게는 계약금의 1.5%, 팀원에게는 계약금의 1%를 인센티브로 지급했고, 영업 사원이 계약을 최종 체결하면 계약금의 30%를 수당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매월 단체 대화방에 영업 매출을 게재해 가장 큰 수익을 낸 영업사원에게는 5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부진한 조직원에게는 욕설이나 폭언을 하면서 수익금을 늘렸다. 탈퇴의사를 밝히는 조직원들을 상대로 폭언과 회유를 하고 업무용으로 개설된 단체방에 전송된 대화 내용은 확인하는 즉시 삭제하는 치밀한 수법을 썼다.

법원은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엄단했다. 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을 구성해 활동했다는 것이다.

광주고법 형사2부 (재판장 이의영)는 범죄단체조직·활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태양광발전 사기 조직 총책 A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동일 혐의로 기소된 바지사장 B씨에게는 징역 5년, 나머지 바지사장 2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이들이 농촌마을에 있는 고령의 농민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를 목적으로 범죄 단체를 조직해 활동해 죄질이 매우나쁘다”면서 “A씨는 총 100회를 초과하는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주된 내용은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잘못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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