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아동 정서적 학대…아이들은 ‘평생 트라우마’
2024년 11월 18일(월) 21:00 가가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실태 보니
광주·전남 아동학대 작년 2764건
신체 폭력 대신 정서학대로 변화
어린 부모들 경제·정신적 문제로
방임·학대 사례 갈수록 증가 추세
전문가 “선제적 개입·지원 필요”
광주·전남 아동학대 작년 2764건
신체 폭력 대신 정서학대로 변화
어린 부모들 경제·정신적 문제로
방임·학대 사례 갈수록 증가 추세
전문가 “선제적 개입·지원 필요”
광주·전남지역에서 아동학대 양상이 체벌 등 신체적 폭력에서 정서적 학대로 변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찰과 지자체로 접수된 광주·전남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2764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광주·전남에서 7건이 넘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셈이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광주·전남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건수는 2019년 3455건, 2020년 3133건, 2021년 2943건, 2022년 2166건으로 집계됐다.
감소세를 보이던 아동학대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아동학대의 유형 중 정서학대 신고 비율도 크게 늘었다.
전국 단위 기준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 유형은 정서학대가 43.1%(1만1094건)로 가장 많고, 중복학대(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학대·28.7%), 신체학대(18.3%), 방임(7.7%), 성학대(2.3%)순이었다. 2019년 정서학대가 25.4%(7622건)로 중복학대(48.2%)에 이어 두번째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정서적 아동학대는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들은 광주·전남에서 공통적으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가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지난 2021년 민법상 친권자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폐지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과거에는 아동학대로 여겨지지 않았을 사안이 최근에는 아동학대로 판단돼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에는 지난해 나주에서 자녀들 앞에서 아내를 방에 감금하고 욕설을 한 40대 남성 A씨가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0세, 8세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에게 심한 욕설 등을 한 것이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라고 판단된 것이다.
최근 자녀를 과보호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아이 다툼에 어른이 나서서 상대방 아이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경우에도 아동학대로 처벌이 된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8월 40대 남성 B씨가 자신의 자녀와 말다툼을 한 아동에게 “내가 왜 선생이 안 됐는지 알아? 너희 같은 애들 때릴까봐 선생이 안 된 거야. 니네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라고 윽박지른 행위가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벌금 100만원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받았다.
이동건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정서학대의 경우 아동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같은 행동, 말이라도 맥락과 상대의 감정에 따라 아동학대로 간주될 수 있다”며 “교육을 명분으로 특정 행동을 강요하거나 폭언을 하는 것, 아이를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 등은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되지 않은 어린 부모들이 경제·정신적인 문제 등으로 아이를 방임·학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20대 여성 C씨는 13개월 여아를 방치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C씨는 강아지 대소변으로 악취가 나는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하며, 자녀를 두고 자주 외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철호 광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 팀장은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성장해 가해자가 된 사례를 자주 접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가해자 처벌 등 사후관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아동학대 예방·조기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동학대에 이르지 않았을 경우에도 돌봄·의료 비용, 상담 서비스 등을 선제적으로 지원해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광주시 북구·목포시·나주시에서 시행 중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찰과 지자체로 접수된 광주·전남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2764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광주·전남에서 7건이 넘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셈이다.
감소세를 보이던 아동학대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아동학대의 유형 중 정서학대 신고 비율도 크게 늘었다.
전국 단위 기준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 유형은 정서학대가 43.1%(1만1094건)로 가장 많고, 중복학대(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학대·28.7%), 신체학대(18.3%), 방임(7.7%), 성학대(2.3%)순이었다. 2019년 정서학대가 25.4%(7622건)로 중복학대(48.2%)에 이어 두번째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지난 2021년 민법상 친권자의 자녀징계권 조항이 폐지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한다. 과거에는 아동학대로 여겨지지 않았을 사안이 최근에는 아동학대로 판단돼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에는 지난해 나주에서 자녀들 앞에서 아내를 방에 감금하고 욕설을 한 40대 남성 A씨가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0세, 8세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에게 심한 욕설 등을 한 것이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아동학대 행위라고 판단된 것이다.
최근 자녀를 과보호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아이 다툼에 어른이 나서서 상대방 아이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경우에도 아동학대로 처벌이 된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8월 40대 남성 B씨가 자신의 자녀와 말다툼을 한 아동에게 “내가 왜 선생이 안 됐는지 알아? 너희 같은 애들 때릴까봐 선생이 안 된 거야. 니네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라고 윽박지른 행위가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벌금 100만원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및 아동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받았다.
이동건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정서학대의 경우 아동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같은 행동, 말이라도 맥락과 상대의 감정에 따라 아동학대로 간주될 수 있다”며 “교육을 명분으로 특정 행동을 강요하거나 폭언을 하는 것, 아이를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 등은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되지 않은 어린 부모들이 경제·정신적인 문제 등으로 아이를 방임·학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7월 20대 여성 C씨는 13개월 여아를 방치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C씨는 강아지 대소변으로 악취가 나는 환경에서 아이를 양육하며, 자녀를 두고 자주 외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철호 광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 팀장은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성장해 가해자가 된 사례를 자주 접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가해자 처벌 등 사후관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아동학대 예방·조기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아동학대에 이르지 않았을 경우에도 돌봄·의료 비용, 상담 서비스 등을 선제적으로 지원해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광주시 북구·목포시·나주시에서 시행 중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