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순천대 통합 ‘견인차’ 김영록 전남지사
2024년 11월 17일(일) 20:30
‘국립 의대’ 신설 매개로 방향 제시
끝까지 인내하며 설득 통합 이끌어
박창환 부지사 투입 최적안 도출
전남도, 동·서부권 화합 기틀 다져
김영록 전남지사가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을 성사시켰다. 만인이 불가능할 것으로 봤던 양 국립대 총장의 합의서가 2개월여만에 작성된 것은 무엇보다 김 지사의 명확한 방향 제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안을 만들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약속을 실현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의대 유치와 관련 갖가지 비판을 끝까지 참아내며 밀어붙인 냉철한 인내가 이를 뒷받침했다.

김 지사는 민선 7기때인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 의대 설립이 의료계의 반발 속에 무산되자 민선 8기 들어 의과대학 유치 TF를 구성하며 도정의 핵심 현안으로 상정했다. 도민의 건강·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를 대학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것이 김 지사의 판단이었다. 이후 지역 내 의견을 모으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데 주력한 김 지사는 2023년 6월 목포대, 순천대와 ‘국립 의대 설립 공동 협력’ 선언을 이끌어 냈다.

내부를 충분히 다졌다고 생각한 김 지사는 본격적으로 복지부 장관을 만나 전남 국립 의대 설립을 강력 요청했으며, 의료 취약지인 경북과 연대해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3년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보건복지국 소속으로 ‘의대유치추진단’을 신설하고 정책 및 전략 구상·실천 조직도 꾸렸다. 이어 올해 첫 해외출장으로 캐나다를 찾아 노던 온타리오 의과대학에서 두 대학 공동 설립 사례를 벤치마킹한 김 지사는 목포대와 순천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의대 설립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김 지사의 노력에 ‘공동 단일 의대 추진’으로 화답했다.

이 같은 김 지사의 추진력은 지난 3월 14일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립 의대(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을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발표를 이끌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 목포대가 의대 신설 건의문을 정부에 보낸 이후 34년째 전남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숙원 사업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이다. 이후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의 대통령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발언이 뒤따랐다.

이제 문제는 “어느 대학에 국립 의대를 설립할 지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였다. 양 대학에 의대·병원을 설치하는 ‘공동 단일의대’에 정부가 난색을 표했고, ‘통합 의대’는 실현이 어렵다고 판단한 김 지사는 ‘공모를 통한 의대 설립 대학 선정’을 고민 끝에 선택했다.

하지만 순천대가 이에 반발하고 동부권 전체가 공모의 부적절성을 부각시키면서 난관을 맞았다. 2026년 정원 배정을 위해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김 지사는 순천대의 공모 참여를 설득하면서 한편으로는 최상의 방안인 ‘대학 통합과 통합 의대 설립’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었다.

전남도가 지난 9월 초 ‘공모를 통한 1대학·2병원’과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 의대 설립’을 투트랙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도 김 지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 교육부가 ‘1도 1국립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할 경우 정부 정책을 분명히 따르면서 의대 설립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도 잠재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추천 시기를 한 달여 늦춰 대학 통합 지원에 나선 것이 지난 9월 말이다. 이러한 김 지사의 판단은 10월 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송하철 목포대 총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등이 만난 자리에서 통합의 밑그림이 나올 수 있게 추동했다. 일부 인사는 이를 부인하기도 했지만, 통합에 확신을 얻은 김 지사는 목포대·순천대가 합의문을 작성할 때까지 세부 논의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며 기다렸다. 통합 합의문 기한을 11월 15일로 못 박았지만 좀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양 대학이 충분히 대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 14일 오후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됐다고 본 김 지사는 외국 출장 중인 명창환 행정부지사 대신 박창환 경제부지사를 투입시켜 전남도의 의지를 보였다. 결국 15일 밤 11시 50여분께 송하철 목포대 총장과 이병운 순천대 총장이 마지막 기한을 지켜 통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번 대학 통합을 통해 동·서부권 화합의 길이 열렸다는 것이 너무도 기쁘다”며 “여러 갈등과 마찰 속에서도 양 대학의 통합을 이끌어준 양 대학 총장님과 대학 구성원들에게 도민을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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