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풀어 쓴 어르신들의 삶…동구, 자서전 출판기념회
2024년 11월 13일(수) 20:55
‘어르신 생애출판사업’ 결실
18명 어르신 인생이야기 담아

최근 광주시 동구 동명동 인문학당에서 열린 ‘동구 어르신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어르신들이 자서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광주시 동구 제공>

“‘빈 상자’. 포장지만 화려했던 지난 과거, 나의 삶 속에서 무언가를 터득하며 느낀 인생관입니다. 누군가 빈 상자 안에 진주를 가득 채워 남에게 선물한다면 그 선물의 가치는 귀중하겠지요. 빈 상자는 상자 속에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하나씩 자신을 채워가는 그 과정이 정말 뿌듯하고 아름답다는 것을요.”(이정님씨 자서전 중에서)

광주시 동구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생애를 글로 풀어 쓴 자서전을 출판했다.

광주시 동구는 최근 ‘동구 어르신 생애출판사업’에 참여한 어르신과 가족, 청년 글짝꿍팀과 함께 ‘2024 동구 어르신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자서전은 ’꽃 피는 삼월에 다시 올게요‘, ’우리는 낭만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움은 내 몫으로 남겨둔다‘ 등 총 3권으로 구성됐으며, 책에는 18명의 어르신이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

자서전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집안일을 도우며 고생을 했던 이야기부터 배우자와 첫 만남 이야기, 5·18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아픔의 현장을 겪은 이야기, 하나 둘 취업한 자녀들과 손주들을 돌보며 행복했던 이야기 등 어르신들의 삶의 면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르신들은 저마다 질병 등으로 배우자와 아이를 떠나보내거나 부모의 임종을 지켜보는 등 가슴 시린 이야기도 담담하게 풀어내고, 꿋꿋하게 살아 온 자신들을 위로하며 자식들의 미래를 축복하는 글을 자서전에 채워 넣었다.

동구는 지난 2019년부터 ‘어르신 생애출판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6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사업은 어르신들의 삶의 기억과 지혜를 후세대와 공유하고자 마련한 인문 사업으로 그간 총 165명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20권의 글쓰기 자서전, 21권의 그림책 자서전, 10편의 영상 자서전으로 제작했다.

올해는 동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어르신 28명을 공개모집해 10주 동안 자서전 집필 작업을 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4월 26일 ’해방의 밤‘ 작가인 은유 작가의 개강식 특별강의를 시작으로 글쓰기 교육을 받아 왔다. 동구는 글쓰기에 어려움을 가진 어르신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구술(口述)방식을 통해 자서전을 집필했다.

자서전 집필 과정에는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만화애니메이션학과 재학생·대학원생들이 참여해 어르신들과 ‘글짝꿍팀’을 이뤘다. 이들은 글쓰기 지도, 자서전 삽화 제작을 도와 더욱 풍성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데 힘썼다.

임택 동구청장은 “올해는 인문도시 광주시 동구 도시브랜드를 선포한 특별한 해다”라며 “주민들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사람중심의 인문도시, 그 중심에 생애출판 사업이 있으며 이 여정을 계속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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