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미안해 하늘에서는 행복하길 바래.”

31일 재활용품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생 A(7·초1)양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광주시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분향소에는 아이 손을 잡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 한켠에는 어린아이가 좋아할만한 과자와 음료, 치킨과 인형 등이 한가득 놓여있었다.

분향소에 마련된 포스트잇에는 ‘아가야 좋은 곳에서 편히 쉬어 어른들이 미안해’, ‘웃는 게 사랑스러웠던 우리 아이 그곳에서 더 환하게 웃으며 밝게 빛나는 별이 되길 바랄게’ 등 추모 글귀가 적혀 있었다.

A양이 다니던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은 방과후 체육복 차림으로 분향소를 찾았다.

자신보다 더 어린 학생을 추모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듯 학생들은 분향소 앞에서 가만히 고개를 숙였고 미리 준비해온 작은 간식을 꺼내 분향소 한켠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A양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박세준(12)·남강이(12)·임정후(12)군은 작은 막대 사탕을 분향소에 올렸다.

박군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지만 같은 학교에 다녔고, 같은 아파트에서 지냈다고 생각하니 더 안타깝고 속상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윤정원(여·13), 송진서(여·13)양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서 계속 생각이 나 분향소를 찾아왔다. 어린 친구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등생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인근 아파트에서 7살,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모(여·40)씨는 분향소를 떠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모았다.

강씨는 “어린 아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내려앉는듯했다.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어 사고가 남 일 같지가 않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추모하고 싶지만 실례일 것 같아서 분향소에 왔다”고 말 끝을 흐렸다.

광주시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양의 빈소에서는 유족들의 오열과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A양의 작은 삼촌은 사고 소식을 듣고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어리고 여린 몸이 스러진 현장에 맨 정신으로 서 있을 수 없었다고 작은삼촌은 회상했다.

사고 이튿날 진행된 입관식도 아이가 전날 덮었던 이불과 옷가지로 대신했을만큼 A양의 상태는 참혹했다는 것이 유가족의 설명이다. 유가족이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아이가 마지막까지 매고 있었던 책가방 안에 담긴 찌그러진 텀블러는 그날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중학생 오빠에 이어 태어난 ‘늦둥이’ A양은 가족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컸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고 수줍음 없이 어디서나 밝고 명랑했던 아이로 가족들은 기억하고 있다.

작은삼촌이 A양을 마지막으로 본 건 한달 전 여수 풀빌라로 여행을 다녀왔을 때다. 차 안에서 오빠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좋아하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작은삼촌은 설명했다.

작은 삼촌은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누구나 다닐 수 있는 ‘인도’였다. 인도에 차가 올라가면 안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 청소업체에서 묵인해온 사실”이라며 “당장 내일이 발인이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조문조차 오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고당시 수거차량은 정부의 안전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사설업체 차량<10월31일 광주일보 6면>으로 3인 1조 작업 원칙이나 작업중 알림 표시등 미설치에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운전자 홀로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 방과후 귀가하던 A양은 후진하는 차량에 치여 자신의 집 앞에서 참변을 당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