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 못하는 교권보호위원회
2024년 10월 29일(화) 20:45
위원회 개최 힘들고 징계 약해도 재심 요청 방법 없어 교사 보호 구멍
순천서 학생이 주먹질 시늉했지만 “교권침해 인정되나 조치 없음” 결론

<클립아트코리아>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교사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교권보호 위원회(교보위)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징계 처분이 결정되면 처분수위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교보위 개최 자체가 힘들다는 점에서 교사 보호 안전망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것이다.

29일 순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순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복도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도중 자신의 학급 학생 B군으로부터 교권침해를 당해 교보위가 개최됐다.

B군이 뒤 돌아있는 A씨를 향해 허공에 주먹질을 하는 등 때리는 시늉을 한 것이다.

다수의 학생이 지켜보고 있던 만큼 A씨는 당혹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즉시 교장과 교감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교보위 개최 의지를 전했다.

교보위는 3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개최됐고 교보위 결과 A씨에게 ‘교권침해는 인정되나 학생에 대한 조치 없음’이라는 통보가 전해졌다.

교보위에서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 정도·관계회복 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0~4점이 나와 ‘처분없음’이 결정된 것이다. 5~7점은 교내 선도(교내 봉사), 8~10점은 외부기관 연계선도(사회봉사 등), 11~16점은 출석정지나 학급교체, 17~21점은 전학·퇴학 조치가 내려진다.

문제는 피해교사가 징계 수위가 낮다고 판단해도 불복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A씨도 교보위 결과를 받아 들일 수 없었지만 이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없었다.

A씨는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는 교보위 과정에서 거의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공무원들은 직장갑질 등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지면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왜 교사는 불복할 방법이 없냐”고 호소했다.

교보위가 ‘교육활동 침해사안 아님’이라고 결론 낼 경우 행정심판을 청구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재판단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처분 대상인 학생·학부모는 징계 수위에 대해 행성심판·소송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한 번 교보위 결론이 나오면 이중처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도위원회 등 학생을 지도할 다른 방법도 취할 수 없다.

결국 피해당사자인 교사는 징계처분만 내려지면 이의 제기할 방법이 없다. 교보위 결과를 고스란히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보위 소집 기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부의 ‘2024 개정 교육활동보호 매뉴얼’상 교사 보호와 신속한 처리를 위해 교육활동 침해행위 발생 이후 21일 이내에 교보위를 소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라 교보위 개최까지 21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사와 학생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등 복잡한 사안일 경우 추가 조사 기간이 필요해 소집 기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보위 소집까지 3개월이 걸린 A씨의 경우처럼 기간이 오래 소요될 경우 교사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씨는 “처음에는 학교관리자와 교육지원청을 믿었지만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교보위 소집이 이뤄지지 않자 불신이 커지며 우울감과 불안 증세가 심해졌다. 결국 지금은 병가를 내고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순천교육지원청은 “교보위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상처받는 선생님들이 많아 화해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려다보니 늦어진 면이 있다”며 “악의적으로 교보위 개최를 지연시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오재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교권국장은 “기대보다 낮은 처분 결과를 받은 교사들은 자신이 당한 일이 ‘별 것 아닌 일’로 치부됐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징계 수위에 대해 불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라며 “또 복잡한 사안이 아닌데도 교보위 소집이 이유 없이 지연되는 경우 교사들의 피해가 가중되는 만큼 담당 장학사에 대한 교육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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