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 우선 주차’ 도입해 주오… 광주 남구는 ‘골머리’
2024년 10월 27일(일) 20:30
“출퇴근 시간마다 이웃간 갈등” 월산동 중심 지정 민원 잇따라
2002년 시범 운영…유료화 거부감·공간 부족 등에 도입 안해

광주시 남구 주월동 한 골목에 지난 26일 다른 차량들이 통행할 수 없을 정도로 차량이 주차돼 있다.

광주시 남구 월산동 주민들이 ‘거주자 우선주차제도’ 시행을 요구하자 남구가 고민에 빠졌다.

출퇴근 시간마다 이웃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거주자우선주차 구역을 지정해달라는 민원이나 선뜻 시행할 수 없어서다. 이미 남구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95% 주민이 폐지를 요구하고 주차요금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도 커 결국 폐지한 바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27일 광주시 남구에 따르면 최근 광주시 남구 월산동을 중심으로 ‘거주자 우선주차제도’를 지정해달라는 민원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주차 문제로 인한 이웃간 갈등이 이어지자 일부 주민이 거주자 우선주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26일 찾은 광주시 남구 월산동·주월동 주택가는 골목마다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의 골목이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틈밖에 없었고, 일부 좁은 골목은 주차된 차 탓에 아예 차가 다닐 수 없는 막다른 길이 됐다. 한 트럭 운전자는 겨우 찾아낸 틈새에 주차를 시도하다 공간이 나오지 않자 포기하고 차를 돌리기도 했다.

특히 최근 토요일마다 무등시장 일대에서 열리는 ‘군분로 토요야시장’ 영향으로 차량 통행량이 많아지자, 주민들은 “주차할 곳을 찾기 위해 골목을 수차례 돌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월산동 주민 조정호(57)씨는 “내 집 앞에 누군가 주차를 해놓으니 나도 뺑뺑 돌다 남의 집 앞에 차를 대야 한다”며 “대책을 세워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모(여·60)씨도 “주차 때문에 큰 싸움이 나는 걸 여러번 봤다. 출근시간에는 ‘이중주차된 차 좀 빼달라’, 퇴근시간에는 ‘왜 남의 집 앞에 차를 세워뒀냐’는 식이다”며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으니 어쩔 수 없지만 주차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남구는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 설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2년 6개월간 진월동과 주월동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했지만 결국 폐지했기 때문이다.

시범운영 시작 전에는 주민의 25% 가량이 찬성했지만, 막상 운영을 시작하자 주민 90% 이상이 반대해 제도 정착에 실패했다. 주차요금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과 외부차량 과태료·견인 처분에 대한 반발이 강했던 탓이다.

남구 관계자는 “당시 반발이 워낙 심해 주차 금액 유료화는커녕 부정·불법주차 과태료도 징수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광주에서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북구 중흥동에서 ‘거주자 우선주차제도’가 시행 중이다. 북구 주민들은 “제도 시행 초반 일부 어르신들이 집 앞에 주차하는데 돈을 내야 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실랑이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받아들인 듯하다”고 전했다.

박관식(54)씨는 “다른 지역에 있다가 3년 전 중흥동으로 이사왔는데, 내 자리가 정해져 있으니 주차 문제 때문에 골머리 앓을 일이 없어져 좋다”며 “특히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 탓에 아이들이 사고날 위험이 높았는데, 적정 거리를 두고 주차가 이뤄지니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구는 우선주차제도 시행에 적합하지 않은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관리·단속 인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적절한 운영이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며 “게다가 거주자 우선주차 구역 지정을 위해서는 주차장법상 우선 노상주차장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대부분 골목이 6m 이하로 노상주차장 지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거주자 우선주차제

주택가 이면도로 등지에 주차면을 만들어 거주민들에게 저렴한 금액으로 주차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일정 부분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고, 주차 등록 하지 않은 사람도 어플을 통해 일정 금액을 내면 비어있는 주차면을 사용할 수 있다. 설치 가능한 주차면이 적어 일부 주민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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