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피로…‘구급 상황’에 놓인 구급대원들
2024년 10월 27일(일) 20:10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인력의 27%인 구급대원이 출동 건수 76% 수행
의정갈등에 출동 시간 늘고 업무 가중…월산·월곡센터 팀당 출동최다
시, 특별휴가 등 포상에 호텔 무료 숙박권·힐링 데이 운영 등 사기 진작

/클립아트코리아

8개월째 의정갈등이 이어지면서 광주시 소방 구급대원들의 출동 평균 시간이 늘고 병원 진료 전 상담건수가 급증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올해 2~9월 기준 광주소방안전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처리한 상담 건수는 지난해 2만 1579건에서 올해 2만 8590건으로 3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병원 진료 전 질병상담 건수는 5621건으로, 전년 동기(2223건) 대비 152.9% 뛰었다. 같은 기간 동안 응급처치 건수도 지난해 8899건에서 1만 2294건으로 38.2% 늘었고, 병원·약국 안내 건수도 1만 292건에서 1만 534건으로 2.4% 증가했다.

대원들의 현장활동 1회 당 소요되는 평균 시간 또한 지난해 27.3분에서 올해 28.3분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구급대원들의 업무가 복잡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차 의료기관은 중증환자만 수용하고 있으며, 그 외 환자들은 2차 이하 의료기관으로 수용하는 등 선별적인 이송 방식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전공의 부재 등의 사유로 환자 수용불가 통보를 받는 사례도 급증하면서 병원 선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구급대원들의 업무피로도도 늘었다는 것이다.

의사 집단행동 여파로 시민들이 질병 증상과 대처 방법 등을 상담하기 위해 병원이 아닌 119 구급대에 연락하는 경향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 가도 진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소방 쪽으로 몰린 것이다.

구급대원에 대한 업무 편중 문제도 심각하다.

올해 2~9월 기준 광주소방안전본부 소속 현장대원 1114명 중 구급대원 297명(26.7%)이 전체 대원 출동 건수의 76.2%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현장대원 출동 건수는 6만 4789건, 구급 출동 건수는 4만 971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화재 출동 42건(0.7%), 구조 5678건(8.7%), 생활안전 9355건(14.4%) 등이었다.

인력 배치 불균형으로 일부 구급대에서 근무하는 현장대원에게 출동 업무가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9월 사이 광주에서 가장 많은 출동을 한 119 안전센터는 우산센터(3275건), 문흥센터(3260건), 화정센터(3240건) 등이었다. 이들은 한 팀당 평균 540~546건에 달하는 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산센터의 경우 올해 2~9월 총 2295건의 출동을 했지만, 한 팀당 평균 출동 건수는 680건에 달했다. 월곡센터(총 출동 1852건, 한 팀당 617건), 신가센터(총 1847건, 한 팀당 616건) 등에서도 전체 출동 건수 대비 팀당 출동 건수가 과중한 경향을 보였다. 한 팀당 평균 출동 건수가 가장 많은 월산센터의 경우 출동 건수가 가장 적었던 대촌센터(한 팀당 136건), 빛그린센터(113건)와는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구급상황관리센터, 구급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기 진작을 위한 특별 포상을 제공할 방침이다.

포상은 오는 11~12월 격무부서에 특별 휴가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월 21일 이후 구급대원별 출동건수 650건에 도달하는 대원에게 특별 휴가(당번 1일)을 제공하는 안이다. 추후 해외 응급의료 체계연수자 선발 시 구급 출동 우수자를 우선적으로 대상자로 선정하는 안도 계획 중이다.

이달 초부터 시행된 호텔 무료 숙박권 제공,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데이 운영, 유공 구급대원 소방청장 표창 등도 지속 시행할 방침이다.

광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광주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마음은 병원 관계자와 소방 현장대원들 모두 같다”며 “현장 대원들이 업무뿐 아니라 심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한 만큼, 충분한 휴식과 보상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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